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오전 광주.전남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 "21세기는 호남이 큰소리를 하는 밑천을 준비하겠다"며 호남 민심을 달랬다.

먼저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탄핵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도 민심으로써 지켜줬다"며 "총선에서도 좋은 판단으로 저와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이 국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줬다"며 사의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신임과 힘을 주셨다"며 거듭 사의를 표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사랑이 깊으면 원망도 깊다고, 요즘 이 지역에서 저에 대한 원망이 상당히 많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고 호남 민심을 읽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많이 밀어줬으니까 많이 기대했는데 모자란다'는 아쉬움과 `다그쳐야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해줄 것'이라는전략적 목소리도 있다고 보기때문"이라고 이를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광주 문화수도를 비롯한 광주.전남지역의 굵직한 사업들을 일일이거론하며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의사를 밝히는 등 깊은 애정과 관심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지역에서 관심을 가진 서비스산업 육성과 관련, "중앙정부계획으로 크게 하나 판을 벌일테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시켜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장관, 공무원들이 소홀하다 싶으면 지역출신 각료들에게 말하고, 그것도 소홀하면 청와대 (호남 출신인) 정찬용, 이병완 수석, 박기영 보좌관에게 말씀을 전하면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맺음말을 통해 "아직도 정치적 소외의식을 갖고 있는데바뀌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호남 민심을 추스렸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대한민국 정치를주도해 나가는 세력으로서 자세와 결의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호남의 `사고전환'을 주문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경험담을 소개하며 영.호남을중심으로 한 `지역 민심'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적을 깎아내리려고 공격했고, 은근히 `부산에 뭐해줬냐'고 부추겼다"며 문민정부 시절을 회고하면서 "`영도다리 밑에는 끊어진손가락이 둥둥 떠다닌다'는 말이 퍼지면서 김 전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졌으며, 내가부산시장에 출마했을 때 여론선거에서 10% 정도 문정수 후보를 앞지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며 "지역정서에 편승했던 결과도 상당히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지나고 보니까 `부산에서 김 전 대통령이 뭐했느냐'는소문은 있었는데 속속 들여다 보면 필요한 곳에 챙길 것은 다 챙겨놨더라"며 그 예로 부산신항을 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로 화제를 돌려 "역차별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실무적으로 곰곰이 챙겨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됐더라면 이뤄지기 어려운 일들이실제로 많이 진행되고 이뤄졌다고 확신한다"며 "앞으로 (호남)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챙기는 많은 인물이 정부와 국회에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영.호남간 갈등에 대해서도 "예산국회를 할 때마다 예산을 갖고 서로 헐뜯는데 덩치가 밑도 끝도 없이 커진 것은 서울과 수도권"이라고 평가하고"지금 수판을 놓으면 과거의 영호남 밥그릇 싸움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된다"며 자체발전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토론회에 이어 토론회 참석자 및 광주.전남지역 각계 대표 24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으며, 귀경에 앞서 신영중공업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