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최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고 있으며,그 결과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말 SEC에 제출한 2003년 연차보고서에서 "금감원의 회계감리 결과에 따라 지난해 재무제표가 수정되거나 재작성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차보고서는 "금감원이 지난 2ㆍ4분기중 국민은행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했으며,한국 회계기준에 의거해 회계감리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지난 6월 통보해왔다"고 공개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대해 현재 회계감리 절차를 밟고 있으며,빠르면 8월말께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측은 "세무당국은 물론 회계법인 등과 사전 협의를 거쳤고 회계처리 기준을 준수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소송을 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EC 보고내용


국민은행은 미국 증권시장에 ADS(주식예탁증서)형태로 주식을 상장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SEC가 정한 각종 공시 및 보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국민은행이 이번에 제출한 보고서는 2003년 연차보고서다.


지난해 경영실적과 이에 대한 해설,기타 투자자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국민은행은 연차보고서에서 금감원이 2·4분기 중 정기감사를 실시했으며,6월부터 회계감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또 결과에 따라 회계장부를 수정하거나 다시 작성할 수도 있으며,회계 기준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국내 원주(原株) 및 미국 ADS의 주가나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회계 공방 쟁점은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세 가지 항목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우선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손실을 과다계상했다는 혐의.국민카드는 9월말까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이 손실을 국민카드 계정에 환입한 뒤 합병법인(국민은행)이 손실을 떠안는 방법으로 4천2백여억원의 손실을 과다 계상했다는 주장이다.


또 국민은행이 대출자산을 잘못 분류해 2천6백여억원의 충당금을 적게 쌓았고 ABS(자산유동화증권)에 보증을 서주면서 충당금을 2천8백여억원 적게 적립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잘못 회계처리한 금액 총액이 9천6백여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회계처리 기준에 맞춰 회계장부를 작성했으며,국세청과 회계법인들에 회계처리 관련 질의를 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아뒀던 만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금감원의 국민은행 분식회계 혐의 조사가 '김정태 행장 흔들기'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김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분식회계설을 흘리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다.


◆미국 회계기준으로 보면


국민은행은 또 미국 회계기준(US GAAP)에 따라 지난해 경영실적을 SEC에 보고했다.


지난해 순손실은 9천4백70억원이며 지난해말 기준 자본총계는 6조5천6백80원으로 한국 회계기준을 따랐을 때보다 순손실은 2천억원 많은 것이며,자본총계는 1조8천억원 적은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당금 적립기준 등 일부 항목에서 한국과 미국의 회계기준이 달라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