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요? 글쎄….잘 모르겠는데요."

최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의 밤' 행사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韓流)가수로 나선 모 그룹 멤버 L씨가 소개한 '한국 문화관'이다.

이날 행사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와 전국 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의사당과 같은 인민대회당에서 처음 펼져지는 한류 스타들의 공연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공연 시작전 강타 보아 이정현 NRG 등 한류 스타들과 가진 기자회견장에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베이징TV 등 내로라하는 중국 언론들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이한 것은 50여명이 넘는 취재진들의 질문이 대략 한 가지로 압축됐다는 점.각 연예인들마다 5∼10분씩 할애돼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중국 언론의 초점은 "중국 문화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뭔가?" 등 한류 스타들의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로 모아졌다.

답변은 진부했다. "중국차를 좋아한다" "음식이 맛있다"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다" 등 겉치레 인사말만 나왔을 뿐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속시원한 대답이 안나와서였는지,혹은 한국에서 중국까지 날아온 한류 스타들을 배려해서였는지,한 중국인 취재진이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가 얻은 답변은 "모르겠다"가 전부였다.

어색하게 끝난 기자회견과 달리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중국 10대 열성팬들은 한류 가수들의 공연에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 앞으로 몰려왔다.

한류열풍의 현장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는커녕 한국 문화도 잘 모른다는 일부 연예인의 모습에서 언제까지 한류 열풍이 계속될 지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베이징=이방실 생활경제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