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백화점 여름세일이 지난 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백화점의 세일 매출은 소비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조성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주요 백화점들의 세일 매출현황, 어떻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리 썩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주요 백화점들은 올해 세일 기간을 예년보다 늘려잡으면서 여름 정기세일을 실시했습니다. 최근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기를 탈출해 보자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여름 정기세일을 실시했는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거나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기간 중 일평균 세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해서 작년 대비 일평균 2.2% 증가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일평균 세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약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매출 결과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군요. 세일 내내 이렇게 부진했었나요?

(기자)
전체적으로는 세일 기간 내내 계속 부진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7월 8일 리포트에서 백화점들의 세일 중간 결산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 때만 해도 롯데가 전년대비 1.9%, 현대가 4.2% 감소를 기록하고 있었고, 신세계는 3.5% 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그 결과를 놓고 비교하자면 롯데와 현대는 세일 후반부로 올수록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신세계는 오히려 매출 신장세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나마 세일 후반기로 올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세일매출은 역시 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일 매출이 이렇게 부진한 것에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백화점들이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전체적인 소비심리 약화와 장마로 인한 궂은 날씨입니다.

소비심리는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 같고, 올해는 세일기간 동안 내내 장마기간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대신 홈쇼핑 등 다른 방법의 쇼핑수단을 찾아 쇼핑을 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세일이 시작된 7월 1일부터 18일 간 며칠을 빼고는 거의 기간 내내 폭우성 비가 쏟아지면서 백화점들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주요 홈쇼핑은 같은 기간 오랜만에 매출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백화점 품목별로 잘 팔린 물건이 뭔지 살펴보면 좋겠는데요, 어땠습니까?

(기자)
먼저 롯데를 살펴보면, 본점 기준으로 아테네올림픽 기념 PDP,디지털TV 할인판매 행사로 전자제품이 26% 신장했고 장신잡화 18%, 명품 13%, 가구 10%, 신사정장 4.6% 등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숙녀정장(-7.1%), 일반스포츠(-7.6%), 모피(-9%)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롯데는 세일실적 부진이 역시 궂은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자체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일 후반부의 가전제품 행사가 들어가면서 세일 신장을 주도했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날씨만 좋았더라면 전체적으로는 5% 정도 신장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롯데였구요, 현대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현대의 경우 품목별로는 명품이 10.7% 대폭 신장했고 남성정장 3.2%, 여성캐주얼 1% 등도 소폭 늘었으나 여성정장(-5.5%), 잡화류(-3.5%), 아동스포츠(-3.3%), 가정용품(-7.5 %) 등은 역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는 주요 백화점 중에서는 유일하게 역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 관계자는 위축된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은데다 세일기간 내내 장마의 영향을 받아 매출이 다소 부진했다고 밝히고, 세일 마지막날인 18일에 날씨가 좋아 구매고객이 크게 늘어 다소 역신장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신세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신세계의 경우에는 수입명품 30.1%, 여성복 6.9%, 남성복 5.8%, 스포츠 3.1% 등이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가전 (-12%), 홈패션(-9%), 피혁잡화(-1.8%), 식품(-1.2%) 등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세계는 올 세일 중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월 겨울세일 때에 -6.3%, 4월 봄세일 -6.7%인 것을 감안할 때 올 들어 첫번째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는 이번에 4,000여평을 대폭 확장한 강남점의 매출증대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매출을 통해 볼 때 특별히 특징적인 점이 보였습니까?

(기자)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소비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세일 매출은 1분기, 2분기 모두 전년도 대비해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데 이번 세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장세는 거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것은 역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아직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소비심리의 위축은 어느 정도 상태인가요?

(기자)
한마디로 있어도 쓰지 말자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분명 가계소득이 줄고 있는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어제 하나경제연구소와 통계청에서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내 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는데요, 바로 전체 가계소득 중에서 가계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쓰이는 '가계부채상환 비율'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이 '가계부채상환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2000년까지 10∼15% 수준을 유지해 왔던 가계 부채상환 비율이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3년 23.9%로 대폭 올랐고 이번 1분기에는 25.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벌어들이는 돈의 1/4은 빚을 갚는데 쓰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부채상환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가계의 구매력과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침체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실업률의 증가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기업들이 인원감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실업률은 도리어 높아질 전망이어서, 가계부채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기 힘들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일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맘놓고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입니다.

(앵커)
소비가 앞으로 계속 나빠지기만 할지 걱정인데요, 앞으로는 어떨까요?

(기자)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백화점에서도 올해 실시한 전 세일들에 비하면 소비하락세는 일단 보합세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비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면 6월을 분수령으로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가 증가 내지 보합으로 반전했고, 월별 신용불량자 수가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거기다 전력소비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소비의 하락세가 일단은 멈추고 있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백화점들도 세일 막바지의 분전을 이어 나가기 위해 세일이 끝남과 동시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 중입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세일 이후에 바캉스 고객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름상품전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콘서트와 공연 등 문화공연을 백화점 내에서 개최함으로써 소비자 확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앵커)
네, 소비를 끌어들이기 위한 백화점들이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앞으로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성진기자 sc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