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정유 노조가 공장을 점거한 가운데 서울 지하철노조 등 궤도연대가 21일 총파업에 돌입키로 하는 등 노사 현장이 또다시 파업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19일 전국 4개 지역 지하철 노사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방노동위원회가 서울과 인천 지하철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음에도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키로 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 거세지는 산업현장 파업 열기 =올들어 벌어지는 노사분규의 특징은 공기업,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여기 저기에서 마구잡이로 터져 나온다는 것.

이날 현재까지 벌어진 올해 노사분규 건수는 3백68건.

지난 90년 이후 가장 많았던 90년과 2002년 한 해 동안의 분규건수(3백22건)를 이미 웃돌고 있으며, 6ㆍ29선언 이후 노동자의 욕구가 분출됐던 80년대 말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현재 노사분규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LG칼텍스정유 대우차 쌍용차를 비롯해 대우종합기계 삼호중공업 코오롱건설 한보철강 한국바스프 한화석유화학 오비맥주 위니아만도 등 1백21곳에 달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 노조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 파업을 강행하고 있으며 한국바스프 삼남석유화학 금호피엔비화학 등 여수지역공동투쟁본부 3개 노조 4백30여명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때 노동계 파업을 주도했던 대우차(창원 군산공장) 노조는 1천여명의 조합원이 지난 16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으며, 쌍용차 노조도 16일 부분 파업을 벌인데 이어 23일까지 부분 및 전면 파업을 벌이며 사용자를 압박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지역 지하철 노사간 협상이 이날 결렬돼 민주노총 산하 각 지하철 노조는 21일부터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이들 노조는 지방노동위가 직권중재에 회부한 서울ㆍ인천지하철 노조를 중심으로 대구ㆍ부산지하철 노조 등과 함께 무기한 전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대해 사용자측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경우 지하철 파업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 파업 왜 늘어나나 =산별교섭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들어 산별교섭을 벌인 택시(90건) 금속(76건) 보건의료(66건) 시내버스(37건) 등 4개 산별노조가 주도한 파업 건수는 2백69건으로 올해 전체 분규의 70%를 넘고 있다.

또 내 몫만 챙기려는 집단 이기주의와 잘못된 교섭 관행도 파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업 중인 LG칼텍스정유를 비롯해 현대차 등 많은 노조들이 일단 챙기고 보자는 식으로 고율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 협상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아차 등 일부 노조에서는 노사 협상대표가 합의한 잠정안을 조합원 총회에서 거부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빵과 일자리가 보장됐음에도 좀 더 얻어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임금 보전과 교대근무제 등도 노사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조는 근로기준법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려는 반면 사용자는 법에 따라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ㆍ김철수ㆍ이태명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