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54년만에 불효 둘째 아들이 생신상을올립니다"

제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2진 행사 이틀째인 15일 오후 상봉가족 공동중식이 이뤄진 금강산 김정숙휴양소.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입대해 생이별을 하게된 둘째 아들 리기섭(73)씨가반세기 만에 상봉한 어머니 정필순(96)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생일상을 올렸다.

정 할머니의 생일은 11월 24일이지만 반세기 동안 생일상을 차려드리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아들 리씨의 요구로 이날 생일상이 앞당겨 차려지게 된 것. 리씨는 "어머니가 연로하신데도 불구하고 이 아들을 찾아줬으니 당연히 생신상을 차려드려야죠"라며 뒤늦은 생일상 마련에 감격해하며 정 할머니에게 인풍술 한잔을 올렸다.

이어 이날 동석한 리씨의 부인이자 정 할머니의 며느리인 리영실(70)씨와 리씨의 아들 3형제가 "할머니 오래 사세요"라며 차례로 할머니에게 생일 축하술을 따라올렸다.

정 할머니는 "감사하다.
정말 기분 좋다"며 아들과 손자의 손을 꼭 잡았고 리씨는 정 할머니에게 생일선물이라며 한복 옷감을 쥐어드렸다.

이날 생일상에는 50㎝가 넘는 잉어와 송편, 쑥떡, 숭어, 파인애플 모양의 계란요리, 소.돼지고기로 만든 오색요리 등이 차려졌고 상 한가운데는 꽃바구니가 준비되기도 했다.

남측 이산가족 100명과 동반가족 49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북측가족 237명과 자리를 함께 한 공동중식에서 '고향의 봄' 등을 부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앞서 남북 가족들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남측 숙소인 금강산 현대 해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갖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서로 준비해 온 사진첩과 보약, 금반지, 옷감, 술 등 선물을 교환하는한편 전날 단체상봉과 공동만찬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친지들의 생사를 확인하고주소를 주고받기도 했다.

특히 남측 상봉단 중 박선비(81) 할머니의 남동생 원동(73)씨는 북한에 두고온두 아들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원동씨는 누님의 보호자로 방북했다가 북측에서 박할머니의 조카 자격으로 나온 자신의 아들과 만난 것. 원동씨의 아들 창모(56)씨는 "아버님이 저를 어릴 적 두고 가셨고 월남하실 때어머님이 임신 2개월 정도 된 동생을 두고 있어 동생의 존재는 모르셨을 것"이라고말했다.

원동씨는 이날 미리 준비해간 카메라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 "동생 창환이에게꼭 보여주라"며 아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한편 남측 윤영자(73) 할머니는 이날 개별상봉에서 지난 68년 납북돼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은 아들 박종임(당시 15세)씨의 소식을 자신의 여동생 선희(69)씨에게캐물었으나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을 들어야 했다.

남북한의 가족은 당초 삼일포를 함께 관람할 예정이었으나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오후 4시30분 금강산문화회관에서 평양 교예단의 서커스를 보는 것으로대체했다.

이어 남측 가족들은 현대측 온정각휴게소에서 북측과 따로 저녁식사를 했다.

남북한 가족들은 16일 오전 북측 행사장인 김정숙휴양소에서 마지막 이별 상봉을 한 뒤 북측 가족들을 뒤로 한 채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 남측으로 돌아간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