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한국), 폴 터갓(케냐), 아부라야 시게루(일본), 가리브 조우아드(모로코), 훌리오 레이(스페인),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 다음달 29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간) 아테네 클래식 코스에서 펼쳐지는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우승 판도는 최근 기록 추이와 무더위, 지구력 등 변수를 종합할 때6개국 건각들의 각축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14일 이봉주의 소속 팀 삼성전자육상단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제출된 국가별 엔트리(3명)에는 최근 기록이 좋은 신예들보다 승부의 관건인 더위를 이겨낼 적응력이 강하고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상당수 포진했다.

먼저 마라톤 왕국 케냐에는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꼽히는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 폴 터갓과 역대 랭킹 2위인 페이스메이커 출신의 새미 코리르(33.2시간4분56초)가 선발돼 기록만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3번째 선수로는 올 시즌 기록이 2시간11분대로 부진하지만 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두번 연속 메달권에 진입한 에릭 와이나이나(31)를발탁해 '예상밖의 포석'이라는 느낌을 준다.

2시간 6,7분대 선수가 수두룩한 케냐가 기록보다 '경험'에 승부수를 띄운 셈. 작년 말 시카고마라톤에서 풀코스 첫 도전에 경이적인 2시간5분대를 기록하고올해 런던마라톤에서도 2시간6분대로 우승한 신예 에번스 루토(22)는 가파른 기록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아테네행 전열에서는 제외됐다.

라이벌 일본 대표 중에는 작년 파리세계선수권에서 5위로 골인한 아부라야 시게루(27.2시간7분52초)가 눈에 띄는데 이봉주가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일본은 아시아기록(2시간6분16초) 보유자 다카오카 도시나리를 과감히 뺄 정도로 명성보다는 실력 위주의 선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표팀 엔트리를 확정하지 않은 모로코에서는 파리 세계선수권 우승자 가리브 조우아드(32.2시간7분2초)의 출전이 확실해 보인다.

조우아드는 지난 4월 런던마라톤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고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의지력이 강하고 특히 큰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일궈내는데 일가견이 있어경계를 늦출 수 없다.

스페인도 개인 최고기록은 2시간7분대에 불과하지만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차지한 훌리오 레이(32)의 경험을 무기로 내세웠고 여기다 지구력이 좋은 노장 안토니오 페냐(34)를 가세시켜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봉주가 출전한 대회마다 상위권에 입상해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스테파노 발디니(33.2시간7분29초)가 레이스를 이끌고 유럽내 레이스에서 강한면모를 보여온 다니엘 카임미(32.2시간8분59초)가 뒤를 받친다.

이밖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건각들도 만만찮은 전력을 자랑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케냐, 스페인, 모로코, 이탈리아 등 6개국대표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 대표인 이봉주(34.삼성전자.2시간7분20초), 지영준(23.코오롱.2시간8분43초), 이명승(25.삼성전자.2시간13분42초)은 기록만 따지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터갓이 강력한 경쟁 상대로 지목할 만큼 순위 경쟁과 무더위 레이스인 아테네에서는 그다지 뒤질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오인환 삼성전자육상단 마라톤 감독은 "전통적으로 더위에 강하고 파워 레이스를 펼치는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쪽 건각들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