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9일로중반을 넘겼지만 아직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적지 않다.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들을 짚어본다.

▲김천호 사장은 고(故) 김선일씨 실종을 왜 이라크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자체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알리지 않아야 김씨 구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를 거듭 제시했다.

그는 김씨 실종후 4차례 대사관을 방문했지만 실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납치를 알았을 무렵인 6월10일 대사관을 방문해서도 일절 얘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감사원은 김 사장이 한국대사관이 아닌 교회 관계자 및 친형 비호씨에게만 알린데 주목, 이번 사건이 `종교적인' 이유에서 기인했고 역시 `종교적인' 해법으로 풀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만약 `파병철회'가 납치의 이유였다면 당장 정부에 알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홍재 이라크 대사, 사전에 피랍 몰랐나= 감사원은 일단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의심은 풀지 않고 있다.

일단 4차례에 걸친 김 사장의 이라크 한국대사관 방문 목적은 대체로 사업상의이유라는게 인정되고 있다.
임 대사와 김 사장이 대사관 밖에서 따로 접촉한 흔적도발견되지 않는다.

임 대사는 암만 방문중이던 지난달 11일 현지 한인교회인 `필라델피아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교회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1시간20분간 머물렀다.
그는 이 과정에서김모 선교사 등 김씨의 실종 및 피랍 가능성을 알고 있던 서울 O교회 소속 선교사들과도 악수했다.

그러나 김모 선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저를 포함한 8명의 선교사가김씨의 실종을 알았지만 무법천지와 다름없는 이라크에서 소문이 돌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수 있다고 판단, 임 대사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면서일종의 `비밀유지'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의 기도 과정에서 `김선일을 위한 기도'가 있었다면 임 대사가 사건을알수 있었겠지만 그같은 구명 기도는 전혀 없었다고 김 선교사는 전했다.

임 대사를 대면했던 감사원 관계자는 "임 대사가 만약 실종사실을 알았더라면분명히 보고했을 것"이라며 "알고도 감출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워낙 엄청난 사건이어서 만약 임 대사가 사전에 인지했더라도조사팀에 털어놓기는 어려웠고,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씨 구명을 위해 언제, 누구와 협상했고 무엇을 요구받았나= 협상 과정 전체가 베일 속이다.

김 사장은 9일 2차조사에서 협상과정과 내용을 구체적인 내용을 캐묻는 감사관에게 두루뭉술하게 답할 뿐 세부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김씨의 피랍부터 피살까지 1개 무장단체만 간여했고 금전이나 가나무역 사업중단 요구는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감사원도 조사의 `난항'으로 협상의 윤곽만 잡을 뿐 전체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다.

`무장단체가 김씨를 석방하는 대가로 5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김사장은 강력히 부인하고, 감사원도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처럼 금전요구가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협상에 나섰던 가나무역 고용 변호사에 대해서도 `젊은 여성 변호사'라는 소문이 있는 반면 김 사장은 "40대 초반"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일각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된 회교권에서 여성 변호사가 어느정도 활약할 수 있을지, 기독교인인 김씨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변호했을지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라크 한국대사관 김씨 실종 인지하고 외교통상부에 알렸나= 지금까지 양쪽간 오간 외교전문을 훑었으나, 피랍일인 5월31일부터 김씨의 억류 비디오가 공개되는 시점까지 사건을 보고하는 내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그렇다고 외교부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전화 보고에 이어 보고내용을 공식화하기 위해 외교전문을 보내므로, 외교전문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AP통신 통화내용은 무엇인가= KT의 통화자료 제출 거부로 가장 높은 벽에 부딪힌 대목이다.
자료가 없으니 AP통신의 전화를 받았거나, 받은 것을 알았다고 진술한 외교부 직원 5명의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이 불분명해 통화내용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게 감사원의 고민이다.

내주 AP통신 서울지국이 감사원에 보내올 답변서가 통화내용을 보완해줄 수 있지만,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