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노조가 농성장을 경기도 여주 한국노총연수원으로 옮기면서 한미은행 파업사태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한미은행 노조의 파업사태는 7일로 13일째를 맞아 지난 2000년말 국민.주택은행노조가 세운 최장기 파업기록(8일)을 연일 경신하면서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조 농성장 이동으로 `장기전' 돌입 한미은행 노조는 지난 6일 임산부 등 여성 조합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공권력 투입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그간 농성을 벌여온 서울 본점을 떠나 한국노총여주 연수원으로 전격 이동했다.

노조는 일단 여성 조합원들의 안전을 명분으로 농성장을 옮겼지만 그 이면에는본점 로비 불법점거라는 약점을 해소해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제거하겠다는 의도가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조는 또 농성장 이동으로 이번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사측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정주 금융산업노조 교육선전본부장은 "당분간 협상보다는 새 농성장 적응에주력할 방침이고 앞으로는 사측이 제시한 협상안을 먼저 검토한뒤에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파업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 본부장은 한미은행 노조가 준비한 15억원 파업기금이 고갈되더라도 금융노조산하 38개 지부로부터 지원금을 갹출, 노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측도 본점 영업재개로 한숨 돌려 사측은 노조의 농성장 이동으로 본점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돼 일단 급한 불은끌 수 있게 됐다.

박진회 한미은행 부행장은 "본점에서 영업을 재개하면 한은결제망 등을 이용할수 있게 돼 유동성 부족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고 그만큼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시간도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예금이탈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구책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측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게돼 농성장 이동전보다 노조를 더 강하게 압박, 노사간 `힘겨루기'가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노사 양측 파업 장기화 부담..극적 타결 여지는 있어 농성장 이동으로 노사 양측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파업 장기화에 대한부담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사측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고객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고 전산망 마비로 인한 영업정지 등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영업력 훼손 등의 파업 후유증을 무시할 수 없는상황이다.

노측으로서도 파업 장기화로 이탈자가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명분없는파업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사 양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해 극적 타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정주 금융노조 본부장은 "파업자체가 목적이 아닌 만큼 협상은 계속할것"이라고 밝혔고, 박진회 한미은행 부행장도 "타결전까지 형식에 관계없이 협상을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아울러 파업이 장기화돼 공권력 투입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노사 양측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노사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