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 진짜 범죄자는 내가 아니라 부시다."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이 1일 바그다드 교외 미군 `캠프 빅토리'에 설치된 이라크 특별재판소 법정에 출두함으로써 집권 당시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30분 가까이 진행됐으며 판사는 1990년 쿠웨이트 침공, 1988년 쿠르드족 독가스 학살, 1974년 종교 지도자 암살, 1991년 시아파와 쿠르드족 봉기 진압 등 7개 예비 혐의를 제시했다.

작년 12월13일 미군에 체포된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후세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판사의 질문을 받기도 전에 당당한 어조로 "나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라고 말했다.

판사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묻자 "나는 이라크 대통령인 사담 후세인 알-마지드"라고 거듭 강조했다.

후세인은 지난 달 28일 미국 주도 연합군정이 이라크 주권을 임시정부에 이양함에 따라 집권 당시 측근 11명과 함께 지난 달 30일 임시정부에 신병이 넘겨졌다.

후세인은 이날 첫 심리를 시작으로 전쟁범죄와 학살, 고문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후세인은 이날 심리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예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후세인은 또 판사로부터 7개 항목의 범죄 혐의를 설명듣고는 변호인을 대동하지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범죄 혐의가 적힌 법률 문건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판사가 범죄 혐의를 설명하던 도중 쿠웨이트 침공 대목에 이르러서 후세인은 가장 격앙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에 대한 진술에서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쿠웨이트 침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후세인은 스스로를 3인칭으로 호칭하면서 "이라크 여성을 10디나르짜리 매춘부로 전락시키겠다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이유로 사담 후세인이 재판을 받을 수 있느냐. 그는 쿠웨이트 `개'들로부터 이라크의 명예를 수호하고 역사적 권리를 되살려놓았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부시가 연출하는 연극이며 부시야 말로 범죄자"라고 주장한뒤 이라크내 미국 주도의 외국 군대는 "연합군이 아니라 침략군"이라고 덧붙였다.

확인되지 않은 구금 장소에서 헬기를 이용 모처로 이동한 후세인은 다시 이라크경찰의 경호 아래 무장버스를 타고 법정에 도착했는데 무장 버스 이동시 미군의 험비 4대가 호위했다.

후세인은 법정에 도착할 당시에는 수갑을 차고 있었으나 법정 안에서는 수갑을차지 않은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날 후세인과 함께 법정에 출두한 측근 중에는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 알리하산 알-마지드 전 대통령 고문 등이 포함돼 있다.

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예비 혐의가 아닌 구체적 혐의에 대한 공식적인 기소는 내년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음 단계의 법적 절차로서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적절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범죄, 고문 등 반인륜범죄와 학살 등 후세인의 혐의가 워낙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쳐 자행됐기 때문에 복잡한 조사 절차를 고려하면 구체적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은 연내 시작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찰라비 재판소장은 또 후세인을 비롯, 피고인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특히후세인은 매일 의사로부터 건강상태를 검진받고 있다고 전했다.

후세인의 부인 사지다에 의해 고용된 변호인단은 이날 심리에 후세인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요르단 암만의 변호인단 가운데 한 명인 지아드 알-카사우네는 후세인이 변호인없이 심리를 받은 것은 "폭정이며 분명히 잔혹한 것이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기본적인 권리도 박탈당하는 데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한편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후세인 정권 당시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 100여명이 임시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바그다드 중심부 이른바 `그린 존' 외곽에서 시위를 벌인 후세인 압바스는 후세인 정권 하에서 고문을 당했다면서 재판에서 후세인 정권 희생자들의 권리와 보상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세인 집권 24년 동안 이라크인 수십만명이 후세인과 집권 바트당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기고 고문을 당했으며 이중 상당수는 살해됐다.

(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