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장관교체 인사로는 10번째인 6ㆍ30 개각으로 '참여정부 2기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고건 전 총리의 제청권 행사 거부로 한달 넘게 늦춰진 인사인데다 인사 내용도 일찍부터 알려져 과거와 같은 개각의 신선감은 없었다. 50대 초반의 총리에다 같은 여당 출신으로 개혁성향이 강한 50대 실세장관 3명이 내각의 핵심포스트에 나란히 자리잡으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함께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시장개혁과 민생경제 챙기기, 정부혁신과 부패척결을 위한 노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30일 이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신문 방송을 보니까 '실세총리, 책임총리'라고 났는데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리 힘을 실어줬다. 과반수가 넘는 열린우리당의 응원을 바탕으로 산적한 현안을 돌파하되 결과에도 책임을 지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안정형'으로 평가받은 고건 전 총리가 주도한 1기때와는 상당히 다른 정책스타일이 예상된다. 반면 책임에 맞게 최대한의 자율과 권한도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여권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그룹을 내각에 함께 포진시킨 것은 이들에게 '대통령 후보수업'의 기회를 같이 주면서 강한 내각을 유도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책임행정을 바탕으로 정부혁신을 도모해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이 여세로 사회전반에 개혁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대거 행정부로 이동하면서 여권의 무게중심이 당에서 내각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여 향후 여권내 권력구도와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려점도 보인다. 임명 전부터 원하는 장관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정 통일, 김 보건복지 장관이 얼마만큼 원활하게 부처 현안을 처리해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 하는 점이 첫번째 관건이다. 또 국무회의와 당정회의 등에서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국무위원으로서 완벽한 팀워크를 만들지 등도 관심거리다. 이 총리 역시 이들과 함께 이라크 추가파병 및 한ㆍ미관계, 신행정수도 문제와 지방화 전략, 민생경제 살리기와 원만한 시장개혁 추진 등 첩첩이 쌓인 현안을 원만히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이번에 입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각각 새로운 업무에 의욕을 보이며 나름의 포부를 밝혔다. 정동영 장관은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출발로 생각한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좋은 일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아직 냉전이 해소되지 않은 이 땅에서 통일부장관의 책임을 맡게 돼 역사적 소명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두려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당정이 호흡을 맞춰 국정 현안들을 해결해 신뢰와 안심을 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태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할 것이며 책임있게 임할 것"이라면서 "총선 때 약속했던 변화와 개혁, 국민통합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복지의 핵심은 보건과 교육,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정년 은퇴 이후에도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삶을 살도록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대선과 총선 약속인 새로운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순ㆍ이재창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