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흐름을 주시해보면 한국은 완전히 남미형 국가가 됐다" "1995년 미국정부 등으로부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권유받았을 때 그들이 숨기고 있는 의도가 자본시장 개방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이태복(李泰馥)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초빙교수가 한국경제와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처방전을 강도높은 목소리로 제시했다. 그는 저서「대한민국은 침몰하는가?」(청년사刊)에서 맹목적 성장론과 분배론의 한계를 극복해 위기에서 탈출하자고 호소한다. 이 교수는 "현재의 한국사회가 부딪힌 위기는 일시적인 것도, 순환적인 경기부진도 아니다"면서 "재생산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위기이자 전환기적 위기요, 파국으로 빠져가는 총체적인 위기"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 이후의 후속모델 구축에 전략적 접근이 없었고, 조립수출형구조가 수 십년간 지속되면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중국제품의 범람과 중산층 붕괴, 대량실업 증가, 소비침체로 이어지는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집행을 그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의 신랄한 비판은 IMF 위기 대응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위기에 빠져 있던 한국 자본주의가 재생산구조를 해외차입으로 유지함으로써 제 무덤을 팠다며, 여기에다 OECD 가입으로 불과 2년 사이에 1천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자금의 러시가 방치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IMF 위기가 닥쳤을 때도 초긴축과 고금리 정책으로 바보처럼 IMF의 모범생 노릇만 할 게 아니라 금 모으기 운동의 지속과 정부 및 민간의 해외채권 정리를통해 25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IMF와 재협상함으로써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우리나름의 질적인 구조조정 플랜과 성장전략을 추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한국 지도층은 IMF 논리를 금과옥조로 삼은 데 그치지 않고IMF가 자신의 과오를 시인했을 때조차 그 논리를 코에 걸고 다녔다"며 그 결과 주식시장의 40%가 외국인 소유로 들어가고 은행.보험.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의 최대 주주 역시 외국인이 됐으며 기간산업의 25%도 외국인 영향하에 있게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속적 고도성장을 하다가 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가 불안정해졌고 △외국자본과 연관된 대기업과 수출은 호황인 반면 중소기업과 내수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며 △개혁 프로그램을 꾸준히 밀고 나갈정치적 지도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남미가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자본이 금융.통신 등 중요 산업을 장악하고 해외경기의 영향에 극히취약하며 △천문학적 대외부채와 재정적자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다고지적했다. 다만 외국자본의 중요 산업에 대한 지배력과 국부유출이 둔화했고 고율의인플레와 대외채무가 아직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 남미와 다르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의 5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에 이어 양과 질이 변모된 한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했으나 한국에는 종합적인 장.단기계획이 사라지고 연도별.부문별 경제운영 계획만 남게 됐다"면서 인재집단도 전략도없는 지난 25년은 잃어버린 세월이었다고 통탄했다. 이 교수는 위기극복과 관련, 1970-80년대식 성장주의와 분배론으로는 이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국가적 리더십의 중심을 세워 자신감을 회복하고,이중의 불균형구조를 균형체질로 변화시키기 위해 일본 따라잡기와 중국 따돌리기목표 아래 기술개발사업을 새로 짜야 하며, 대통령은 기술개발회의와 중소기업발전회의를 직접 챙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일고 있는 성장우선론과 분배우선론의 논란에 대해서는 "무조건 성장우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당면한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하며, 무조건 분배우선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나눠줄 떡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신감 회복 △분명한 국가전략 목표 수립 △선택과 집중 △브라질.러시아.인도에 대한 주목 △기업과 시민단체의 관점 전환 △사회갈등의 신속한 해소를위한 제도 마련 △현장 중심의 법령 정비 등이 한국의 침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면적 행정개혁 △신규 투자기업에 대한 제한완화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위원회 구성 △토종 금융산업 육성 △4대 안정망과 중산서민층 복지강화등도 위기탈출 방책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전두환 정권 때 민주화운동을 하다 8년간 옥고를 치른 뒤 김대중 정권시절 청와대 복지노동 수석비서관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7월 2일 오후 7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소설가 조정래씨, 손병두 전경련 고문,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 강연회를갖는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