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번째 메이저대회이자 세계 여자골프 최고 권위와 전통의 무대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이다음달 1일(이하 한국시간) 밤 막을 올린다. 미국 동북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사우스하들리의 오처드골프장(파71. 6천473야드)에서 4일간 열리는 이 대회는 1946년 창설돼 올해 59년째를 맞는 미국여자프로골프 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골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직접 주관하는 이대회는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타이틀스폰서가 없으면서도 총상금은 일반대회의 3배 안팎에 이르고 우승상금(56만달러)은 소규모 투어 대회의 5배 가까이 된다. 대회의 권위와 상금 규모가 다른 대회를 압도하기 때문에 출전 자격도 까다롭고따라서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필두로 세계 정상급 여자 골프 스타 플레이어는 빠짐없이 모였고 특히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한국 선수가 줄잡아 20명을 넘어 '한국여자오픈'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USGA는 남녀 대회 모두 언더파 스코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혹독한 코스만을 골라 US오픈을 열기 때문에 챔피언의 길은 쉽지 않다. 올해 개최지 오처드골프장은 울창한 숲과 거친 러프, 그리고 빠르고 굴곡이 심한 그린 등으로 무장, 선수들을 괴롭힐 준비를 단단히 갖췄다.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24명에 이른다. 24명 가운데 98년 우승자박세리(27.CJ)와 올해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오른 박지은(25.나이키골프) 등 15명은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박세리는 2007년까지 이 대회 출전권이 보장되어 있고 박지은은 2008년까지 출전자격이 유지된다. 김미현(27.KTF), 한희원(26.휠라코리아), 박희정(24.CJ), 안시현(20.코오롱엘로드), 장정(24), 전설안(23), 강수연(28.아스트라), 김초롱(20.크리스티나 김), 김영(24.신세계), 이정연(25.한국타이어), 송아리(18.빈폴골프) 등은 올해와 작년 상금랭킹 상위 성적 등 USGA가 내건 각종 조건을 충족시켜 출전하게 됐다. 위성미(15.미셸 위)는 USGA의 특별초청을 받았고 제인 박(17)은 작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준우승자 자격으로 US여자오픈 무대를 밟는다. 여기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상금 상위 2명에게 주는 초청장 가운데 1장을이지희(25.LG화재)가 거머쥐어 자동출전권자 56명 가운데 16명이 한국 선수 차지가됐다. 나머지 8명의 한국 선수들은 미국을 비롯해 40여개국에서 몰려온 1천여명의 '골프준재'들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예선전을 통과해 영광의 무대에 섰다. LPGA 투어 멤버인 양영아(26), 문수영(20), 이지연(23) 등과 2부투어에서 뛰고있는 이미나(23), 배경은(19.CJ), 이선화(18.CJ), 조령아(20)가 좁은 문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고 교포 유학생 박인비(16)도 우수한 성적으로 예선에 합격했다. ◆소렌스탐과 한국 선수 간 우승 각축 한국 선수는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우승 후보가 즐비하다. 어려운 코스에서 유난히 강한 박세리를 비롯해 올들어 '넘버원'을 목표로 뛰고있는 박지은은 한국 군단이 내세우는 최강의 원투펀치. 박세리와 박지은은 기량 뿐 아니라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라본 경험에서 체득한배짱과 뚝심, 그리고 승부사 기질이 가장 큰 자산이다. 올들어 상위권에서 좀체 밀려나지 않는 고른 기량의 김미현도 빼놓을 수 없는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역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소렌스탐이다. 올해 9차례 출전해 4승을 따내는 등 우승컵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소렌스탐은95년, 96년 2연패 이후 7년째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US오픈 타이틀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정상을 박지은에게 빼앗겨 당초 목표로 했던 연간 4개 메이저대회 석권은 좌절됐지만 수정한 목표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위해 이 대회정상에 반드시 오르겠다는 야심이다. 소렌스탐의 기세가 워낙 등등한데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을 비롯한 한국 군단의 위력 탓에 줄리 잉스터, 크리스티 커(이상 미국), 카리 웹(호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의 이름은 오히려 초라하다. 하지만 지난해 무명의 힐러리 런키(미국)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듯이 의외의 인물이 스타로 등장할 지도 지켜볼 일이다. ◆코리언 아마추어 돌풍과 신인왕 레이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15명의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돌풍의 중심이다. 특별초청 대상이 되면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위성미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을 따돌리고 4위를 차지하며 일으킨 돌풍을 이번에는 태풍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위성미와 함께 미국 국가대표로 활약한 제인 박(17)과 유학생 박인비(16)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들 '코리안 아마추어 3인방'의 공통점은 USGA가 주관하는 전국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확실한 유망주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제인 박은 지난해 아마추어여자골프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국 대회 상위 입상 단골이고 박인비는 2002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대회 직전 끝난 US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모두 상위권에 오른 이들은 이번 대회 최고 아마추어 자리를 놓고 뜨거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앞서 '톱10' 입상까지 노리는 강자들이다. '코리언 3인방'에 맞설 아마추어로는 미국 국가대표 에이스 폴라 크리머가 꼽힌다. 한편 안시현, 송아리, 전설안이 벌이는 신인왕 경쟁도 이번 대회에서 한차례 고비를 맞는다. 일반 대회와 달리 신인왕 레이스 포인트가 2배로 주어지기 때문에 최종 성적에따라 명암이 크게 엇갈리게 된다. 포인트 2배짜리 대회는 앞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 밖에 남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처지는 선수는 따라 잡기가 쉽지 않고 앞선 선수는 상당한 이점을 누릴 전망이다. 현재 신인왕 포인트 레이스에서는 안시현이 520점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고 송아리(431점), 전설안(315점)이 각각 2, 3위에 올라 있다. ◆장타력과 정교함 요긴한 오처드골프장 2004년 US여자오픈 개최지 오처드골프장은 장타력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추지 않으면 배겨날 수 없는 코스라는 분석이다. 전장이 6천473야드에 이르는 긴 코스지만 파5홀이 3개 밖에 없어 거리 부담이한결 더해졌다. 11개의 파4홀은 대부분 두번째샷때 롱아이언을 잡아야할 정도로 길이가 길고 특히 5개홀은 400야드가 넘어 비거리가 짧은 선수는 2온조차 힘겹다. 파3홀 4개 가운데 가장 짧은 홀이 158야드 짜리 5번홀이고 185야드(7번홀), 163야드(10번홀), 178야드(17번홀) 등 여자 선수들이 쉽게 핀 근처에 볼을 올릴 수 없는 거리다. 특히 오처드골프장은 페어웨이 좌우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드라이브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린을 직접 공략할 수 없는 난감한 경우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링크스코스처럼 잡초가 섞인 거친 러프가 페어웨이 뿐 아니라 그린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USGA는 현재 10㎝가 넘게 길러놓은 러프를 대회 직전에 깎을 예정이지만 길이는8∼9㎝ 가량이 될 것이라고 밝혀 조금 다듬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벙커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중요한 길목마다 어김없이 배치돼 선수들의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수들을 괴롭힐 요소는 그린 스피드와 굴곡이다. 이 골프장을 설계한 도널드 로스의 트레이드마크가 솥뚜껑 그린이기 때문. 가운데가 볼록한데다 미묘한 주름이 잔뜩 잡히고 빠른 그린은 정교한 어프로치와 퍼트가 아니면 버디는 물론 파세이브도 어렵다. 이와 함께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차하고 평탄한 자리가 거의 없는 페어웨이도 언더파 스코어를 저지할 방어막 가운데 하나. 최근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언더파 스코어 우승자가 올해는 맥이 끊길 것이라는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선수 및 주요 선수 1라운드 경기 시간(*표는 10번홀 출발) ▲1일 오후 8시11분= 양영아* ▲ " 8시22분= 위성미 * ▲ " 8시33분= 장정 ▲ " 8시33분= 박지은, 제인 박* ▲ " 8시44분= 이정연 ▲ " 8시44분= 송아리* ▲ " 8시55분= 이지연* ▲ " 9시6분 = 김영 ▲ " 9시6분 = 문수영* ▲ " 9시28분= 한희원 ▲ " 9시28분= 박인비* ▲ " 9시39분= 박희정 ▲ " 9시50분= 이지연 ▲ " 9시50분= 안시현, 김초롱* ▲ " 10시12분= 배경은 ▲ " 10시12분= 이미나* ▲2일 오전 1시15분= 조령아 ▲ " 1시37분= 전설안* ▲ " 1시48분= 김미현* ▲ " 1시59분= 아니카 소렌스탐 ▲ " 2시21분= 박세리 ▲ " 3시5분 = 강수연 ▲ " 3시16분= 이선화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