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중개업무만으로는 더 이상수지맞추기가 어렵게 된 증권사들이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1∼2년간 새로운 수익원으로 증권사들이 집중 투자해온 고액 자산가 상대자산관리업이 정착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반면, 증시침체와 중개에 기반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또다른 생존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서 수수료의 급격한 인하와 증시 침체로 '제살 깎아먹기'수준에 달한 기존영업의 무리한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외국인상대 영업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면서 해당 사업부문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좌우하고 있는데도 외국인들의 매매는 80∼90%가량이 외국계 투자은행 서울지점을 통하고 있어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게 양사의 판단이다. 두 회사의 이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4%대, 굿모닝이 2∼3%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이 시장의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거 초청, '글로벌 투자컨퍼런스'를 대규모로 개최했을 뿐 아니라 이들에게 한국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한국경제나 기업분석에 대한 영문 보고서 작성도 강화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또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900여개 점포와방대한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 우선 연내 BIB(은행내 증권점포) 20개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산관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올초에야 과거 현대투신증권 부실책임과 KCC와의 지분 경쟁이라는 '이중족쇄'에서 풀려난 현대증권은 김지완 사장의 주도로 랩어카운트를 비롯, 장외파생상품,사모펀드 등 자산운용분야에 승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중순에 발매된 랩어카운트 상품 '유퍼스트랩'의 공격적 영업으로 랩 영업 선발주자들의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는 어려운 시장상황에서도 상품 출시 보름여만에 1천200억원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실적을 과시했다. 이들 증권사가 지금까지 미약했던 분야를 '신전략사업'으로 선정, 적극 밀어붙이는 것과 달리, 대우증권대신증권은 이들과 대조되는 '온고지신'형이다. 대우증권의 손복조 신임사장은 지난 18일 "고유업무인 중개업무를 보다 강화해업계 1등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랩어카운트 등 자산관리에서 삼성증권과 1,2위를 다투는 등 강세를 보여온 대우증권이 다시 '중개강화'를 선언한 이유는 올 상반기 랩어카운트 판매액이 1조원에달했지만 수익은 20억∼30억에 불과한 반면, 전통적 중개업무가 여전히 회사 수익의70∼80%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등 사이버거래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해온 대신증권도HTS '사이보스'를 매년 개선하면서 중개업무에 '올인'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몸집 불리기'를 통해 업계내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하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영국 푸르덴셜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한국.대한투자증권 인수에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가지각색의 생존전략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낮추는데 골몰하고 있는 점은 공통적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임원은 "높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최대한 가변비용화하고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향후 생존의 중요한 과제"라며 "중개업무 등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개업무외에 다른 사업을 새로 벌이기 어려운 상황인 중소 증권사의 한 임원은"현재 업계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개업무의 강화외에는 뾰족한 방법을 찾기어렵다"며 "증권사 최대 고정비인 인건비를 유연화해 비용과 수익을 맞춰나가면서중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김종수.최윤정기자 jungwoo@yna.co.kr jsking@yna.co.kr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