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든 나라에서 구해줘야죠. 아들도 하나밖에 없는데. 하나고 둘이고 간에 어쨌든 목숨인데. 살려줘야죠."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김선일씨(34)의 어머니 신영자씨(63)는 2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아들 선일이를 꼭 살려보내 달라"고 호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김씨의 피랍 소식을 들은 김씨의 아버지 김종규씨(70)와 어머니 신씨, 친척, 친구 등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며 TV 등을 통해 전해져오는 소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 신씨는 "선일이가 통역원으로 간다는 말만 믿고 보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냐"면서 "7월에 귀국해 아버지 칠순 잔치를 해주겠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는 방송을 통해 살려달라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본 뒤 "파병을 중단해서라도 아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규했다. 납치된 김씨는 1994년 부산신학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3월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아랍어과 3학년에 편입, 작년 2월 졸업했다. 김씨의 모교인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들은 김씨의 석방운동에 힘을 보탰다. 박종평 교수는 이날 오후 알 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박 교수는 "김씨는 아랍어 전공자로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아랍인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학생"이라며 "싸우기 위해 이라크에 간 것이 아니라 재건을 돕기 위해 통역업무를 하러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에 편입하면서부터 출국 직전까지 김씨와 지하 단칸방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 심모씨(전도사)는 "최근 통화에서 5월말 휴가를 나오려다 현지 상황이 악화돼 오전에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루종일 호텔에서만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빨리 풀려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가 살고 있는 부산 동구 범일6동 자택은 이날 텅 빈 채 취재진들만 몰려들어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웃에 사는 이모 신숙자씨(54)는 "선일이가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똑똑했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부가 우리 선일이를 꼭 구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4월 바그다드 인근에서 현지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대한예수교 장로회 허민영 목사(55)는 "납치된 김씨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겠지만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안ㆍ부산=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