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든 나라에서 구해줘야죠. 아들도 하나밖에 없는데. 하나고 둘이고 간에 어쨌든 목숨인데,살려줘야죠."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김선일씨(33)의 어머니 신영자씨(63)는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외아들인 선일이를 꼭 살려보내달라"고 호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김씨의 피랍소식을 들은 아버지 김정규씨(70)와 어머니 신씨,친척,친구 등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믿을 수 없다"며 TV 등을 통해 전해오는 소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 신씨는 "선일이가 통역원으로 간다는 말만 믿고 보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냐"면서 "7월에 귀국해 아버지 칠순잔치를 해주겠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는 방송을 통해 살려달라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파병을 중단해서라도 아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규했다. 납치된 김씨는 지난 94년 부산신학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3월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아랍어과 3학년에 편입,작년 2월 졸업했다. 한국외대에 편입하면서부터 출국 직전까지 김씨와 지하 단칸방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 심모씨(전도사)는 "최근 통화에서 지난 5월 말 휴가를 나오려다 현지 상황이 악화돼 오전에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루종일 호텔에서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될줄 몰랐다"며 "빨리 풀려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가 살고 있는 부산 동구 범일6동 자택은 이날 텅빈 채 취재진들만 몰려 들어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웃에 사는 이모 신숙자씨(54)는 "선일이가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똑똑했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부가 우리 선일이를 꼭 구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4월 바그다드 인근에서 현지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대한예수교 장로회 허민영 목사(55)는 "납치된 김씨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겠지만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 목사는 또 "우리의 경우 납치 세력과 함께 있던 7시간 동안 대화를 많이 나누며 친근감을 심어줬으며 스포츠 마사지를 해주는 등 호의를 베풀자 그들도 부드러운 태도로 대해줬다"고 말했다. 천안·부산=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