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서장이 상업영화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해 화제다. 올 가을 개봉 예정인 '형'(제작 백상시네마)에서 중앙정보부장으로 출연하는 곽희범 전 총경(55)이 주인공.곽씨는 지난 70년 경찰에 투신해 30년 가까이 마포,서대문,종로,방배경찰서 등에서 근무했다. '형'은 70년대 후반 '무등산 타잔'으로 불렸던 시민운동가 박흥숙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당시 박씨는 빈민들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던 구청 직원들을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전남 순천에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이 작품에서 곽씨는 박흥숙을 빨리 잡아들일 것을 경찰서장에게 독촉하는 중정부장 역을 맡았다. "연기는 정말 어렵더군요. 출연을 결심한 후 연극영화학과 출신 학생들한테서 개인 교습을 받으며 쉴 틈 없이 연습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어요. 경찰만 열심히 일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인들도 열심이더군요." 곽씨는 한 지인과 가진 식사자리에 이 영화의 박우상 감독이 따라 나온 게 인연이 돼 출연하게 됐다. 박 감독은 곽씨의 인상에 호감을 느껴 캐스팅을 제안했고 곽씨는 고민 끝에 수락했다. "'형'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 당시 사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연기하는 제 모습도 가슴으로 느껴주길 바랍니다." 2000년 퇴직 후 국제마약예방위원회 총재를 역임한 곽씨는 무가지인 '국제경찰마약타임스'를 발행하며 마약의 위해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