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백지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행정자치부와 이 제도의 주요 적용 당사자인 정치권 간에 신탁 개념을 놓고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도입하려는 백지신탁이 신탁받은 자산(주식)을 60일 이내(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30일 연장 가능)에 매각, 이를 운용한 뒤 운용수익을 임기 후에 돌려주는 개념인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1일 언급한 자산신탁은 매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 대표가 11일 "주식백지신탁제도를 17대 국회의원부터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전여옥 대변인은 "당의 총선공약인 '공직자자산백지신탁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직임기중 자산을 신탁하겠다는 것이지, 정부 안처럼 임의대로 매각처리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구상은 자산을 맡겨놓기는 하되 수탁자가 임의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보관했다가 임기 후에 돌려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단순한 '보관신탁'의 개념으로 정부가 고위공직자의 청렴성과 부정한 재산증식 방지를 위해 도입하려는 것과는 별 연관이 없다고 평가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자산을 맡겨놓고 팔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보유주식의 가치를 임기중에 높일 수 있게된다"면서 "임기가 끝나면 이 주식을 찾아갈 수 있으므로 제도 도입 취지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공직자들의 청렴을 위한 백지신탁제도는 모두 일정기간 이내에 무조건 매각하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신탁제도는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17대 의원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은 정해져 있다. 행자부가 17대 의원을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소급입법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므로 여야 정치권이 스스로 신탁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법 기본정신을 어겨가면서 이를 법에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그러나 "백지신탁 적용대상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원한다면 법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재산을 신탁할 수 있으며 말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합의에 의해 17대 의원 백지신탁 적용을 결의하더라도 행자부가 이를 수용해 정부안을 수정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