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없는 전쟁'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가 13일 새벽 A조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개막 결투로 막을 올린다. 오는 24일까지 조별리그 24경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대회 초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14일 새벽 B조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앙숙 대결'. 이밖에 13일 새벽 스페인-러시아전(A조), 14일 새벽 스위스-크로아티아전(B조)도 주말 축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포르투갈-그리스(13일 새벽 1시, 포르투 드라가우스타디움) 월드컵 우승 감독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포르투갈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고 루이스 피구 등 '골든 제너레이션'과 크리스티앙 호나우두 등 '플래티넘 세대'의 전력을 결합해 사상 첫 우승을 넘보고 있다. 팀의 리더격인 34세의 베테랑 피구는 유로2004가 끝난 뒤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포르투갈은 킬러 파울레타와 후이 코스타, 피구의 공격 삼각편대를 먼저 가동하고 챔피언스리그 도움왕 데코를 조커로 대기시켰다. 포르투갈은 한일월드컵 1차전에서 미국에 2-3으로 덜미를 잡혔던 것처럼 첫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털어내는 게 급선무. 예선에서 스페인을 밀어내고 본선에 직행한 그리스도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독일 출신 오토 레이하겔 감독이 이끄는 그리스는 예선에서 5골을 합작한 안젤로스 차리스티스, 데미스토클리스 니콜라이디스 투톱의 상승세가 무섭다. 그리스는 포르투갈과 역대 전적에서 2승4무3패로 약간 밀리지만 작년 11월 친선경기에서는 1-1로 비겼다. 특히 그리스는 아테네올림픽 본선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비록 연령대는 올림픽팀과 다르지만 전력을 간접 탐색해볼 기회도 될 수 있다. 개막전 주심은 '민머리 포청천'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르루이기 콜리나 심판이 맡았다. A조의 '무적함대' 스페인은 13일 새벽 3시45분 파루룰레스타디움에서 유럽선수권 초대챔피언 러시아를 상대로 첫 단추를 꿴다. ◆프랑스-잉글랜드(14일 새벽 3시45분, 리스본 루즈스타디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유럽의 1등을 놓고 양보없는 경쟁을 벌여온 양국의 대결은 베스트 11의 이름값 만으로도 지구촌 팬들을 숨죽이게 하는 빅 매치. 현재 객관적인 전력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프랑스가 앞선다는 평가지만 역대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잉글랜드가 23승5무7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대결도 잉글랜드가 4승2무1패로 앞서고 프랑스가 이긴 적은 99년 친선경기 2-0 승리 한번 뿐이다. 프랑스는 설명이 필요없는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가 공격진을 구축했고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웨인 루니가 맞불을 놓는다. 지단은 "첫 판을 빅 매치로 치르게 잘 됐다. 큰 스코어 차가 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목표는 반드시 이기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고 베컴은 "지단과 대결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지만 거친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응수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지단과 베컴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작년 베컴의 이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월드컵 개막전과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서지 못했던 지단은 대표팀에 지고 있던 빚을 갚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B조 스위스와 크로아티아의 대결은 14일 새벽 1시 레이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