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대체로 공식이 있다. 이를테면 전쟁영화에서 애인 사진을 지닌 병사는 꼭 죽는다. 범인은 피해자 주변에서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다. 형사는 자리에서 쫓겨난 뒤에 사건을 해결하고,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상황을 끝내고 나면 경찰이 온다. 마찬가지로 경제에도 나름의 법칙이 있다. 대란설이 돌 때 정작 대란은 없었던 반면 위기가 아니라고 확신할 때가 오히려 위기였던 적이 많았다. 주가도 증권사 객장이 텅 비면 바닥이고,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 부대가 등장하면 상투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했던가. 악재는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는 것도 거의 공식이다. 작년 봄 북핵문제, 이라크전쟁, 사스와 분식회계 파문이 한꺼번에 몰아쳤듯이 요즘 고유가, 중국쇼크, 미국 금리쇼크에다 노동현장까지 심상치 않다. 우리 선거판에도 이전 선거를 이긴 쪽이 다음 선거에선 참패하는 것이 공식이 된 듯하다. '6ㆍ5 재ㆍ보선' 결과는 '4ㆍ15 총선' 승리에 젖어 있던 여당에 충격을 안겼다. 집권 2기를 맞는 노무현 정부는 총리 지명부터 꼬이게 됐고 17대 국회는 개원식(7일)과 동시에 갈등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파병지역 결정을 앞둔 이라크 파병은 그 자체가 골칫거리다.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논의할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ㆍ7∼8일 워싱턴)까지 걸려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보건의료산업노조가 10일 총파업을 결의했고 금속연맹 택시연맹 항공노조 공공연맹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노사정 6자회의와 별개로 올해도 6월은 노동계의 함성으로 뜨거울 것 같다. 이미 '외상 재정'을 집행해온 정부는 경제장관간담회(10일)와 경제장관회의(11일)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문제를 정리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용인 죽전ㆍ동백지구 아파트 분양가 담합에 대해 10일 시정조치를 내리고, 다음날 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보험회사 회계처리 논란을 정리한다. 경제지표로는 통계청의 4월 서비스업 동향(7일), 1ㆍ4분기 가계수지(8일), 5월 소비자전망(10일)과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 조사(11일)가 발표된다. 경제위기 논란 속에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10일)에선 역시 11개월째 콜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중국 속담에 "웃는 얼굴이 없는 사람은 가게를 내선 안된다"는 말이 있다. 어렵더라도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한 때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