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온 재불화가 윤향란씨가 오는 9일부터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종이 위에 파스텔과 목탄으로 가느다란 선과 배추 이미지를 형상화한 '흔들리는 대지''배추' 연작을 출품한다. 윤씨의 작업은 종이를 캔버스에 붙이고 그 위에 파스텔과 목탄으로 무작위 선들과 배추 이미지를 드로잉한 후 물에 부풀린다. 여기까지는 콜라주 작업이지만 부풀린 종이 일부를 무작위로 뜯어내는 데콜라주(decollage)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콜라주와 데콜라주 작업의 병행을 통한 불규칙적인 흔적들은 작가가 그리려는 이미지를 해체시키지만 이런 작업이 오히려 형식으로부터 벗어난 화면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해준다. '흔들리는 대지' 연작은 사선 또는 직선으로 그은 선들의 일부가 지워지고 재구축되는 과정에서 우연한 '선의 자취'가 매력적으로 화면을 지배한다. '배추' 연작은 작가가 파리 식품점에서 배추를 볼 때마다 고국 생각이 나 모티브를 삼았다고 한다. 윤씨는 "작업단계에선 배추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종이 일부를 무작위로 뜯어냄으로써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의 유희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18일까지.(02)733-5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