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하투(夏鬪) 다음주 고비' '부동산 침체…사기경보' '강릉 국민은행 방화사건' '파주시장 한강투신 자살'… 지난 주말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기사 제목들입니다. 하나같이 안타깝고 가슴답답한 소식들뿐이었습니다. 이날 한국인 자살 증가세가 OECD회원국 중 가장 두드러졌다는 보고서도 발표됐으나 차마 이 소식마저 전해드릴 수 없어 편집회의를 거쳐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상쾌하고 즐거운 주말 아침을 기대하며 신문을 집어들었을 독자 여러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겠습니까. 행여 이런 우울한 소식때문에 주말 기분을 망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이 지면을 장식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수개월 간 1면과 사회면 주요 뉴스 자리를 꿰차고 앉았던 대선 비자금 수사 소식도 그 중 하나였을 겁니다.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이 속속 밝혀져 활자화됐을 때 독자 여러분들의 좌절감은 어떠했겠습니까. 비슷한 시기 대통령탄핵을 둘러싼 국론분열 관련 소식이 대선비자금과 함께 톱뉴스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을 때의 심기는 또 얼마나 불편했겠습니까. 장기불황으로 살림살이는 더욱 쪼들리고 이로 인해 어깨가 축 처져 있을 요즘 희망과 활기찬 뉴스를 좀더 많이 전해드려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밝은 뉴스를 찾기 위한 노력을 우리 기자들이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해봅니다. 흔히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요즘 그 거울이 자꾸만 흐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난4일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외교단과의 리셉션 자리에서 신문에 대해 한 말씀 하셨더군요. "우리 신문에는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정치가 파탄나고 혼란스럽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그 이유중 하나로 "신문 제목이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지요. 노 대통령의 진단처럼 최근 지면을 채웠던 우울한 뉴스들이 '(신문 기자들이) 제목을 사실과 다르게 달았기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