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선진 경영 기법의 확산을 위해 성공한 기업의 CEO가 특강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난타'라는 연극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최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특강한 '난타의 성공전략과 한국의 문화산업'을 싣는다. '문화 CEO'로 잘 알려진 송 대표는 국내 최초로 극단을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난타'를 제작했다. 독특한 마케팅 방법으로 연 매출 2백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997년 난타를 처음 공연했을때 1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오는 2007년까지 총매출 1천억원이 예상된다"며 "아이디어 하나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문화산업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언어극 제작, 국내 최장기 공연, 공연부문 국내 최다 관객 동원, 국ㆍ내외 전용관 신설, 브로드웨이 진출 등 한국 문화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의 경영철학과 마케팅 방법을 들어본다. ◆ 시장 논리를 도입하자 =대학까지 그만두고 뛰어든 연극이었지만 작품을 끝낼 때마다 빚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1996년 제작비 7억원을 투입한 '고래사냥'으로 빚더미에 앉은 뒤 생각을 바꿨다. "연극도 돈을 받고 보여주는 하나의 상품이다. 잘 만들고 잘 팔아서 이익을 내고 재투자를 해야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닌가"라고. 그래서 '시장의 원리'를 도입했다. 우선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해외시장을 겨낭했다. 이를 위해 대사가 없는 연극(비언어극)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하기로 기획하고 '스톰프' 등 뉴욕의 대표적인 비언어극을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대형주방을 무대로 요리사가 각종 주방기구, 즉 냄비 후라이팬 접시 등을 가지고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난타'를 탄생시켰다. ◆ 적재적소의 마케팅 =1997년 '난타'를 처음 무대에 올렸지만 비언어극이란 생소한 장르인 데다 유명배우도 없어 개막 첫 주에는 한마디로 '파리만 날렸다'. 기존 연극과 다른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하기로 하고 당시 인기를 누리던 PC통신의 연극동호회를 이용해 초대권을 뿌렸다. 입소문, 즉 구전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난타'를 본 회원들이 수많은 글을 올렸고 이는 PC통신을 타고 급속히 확산돼 개막 2주째부터는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국내 성공 이후 해외 진출을 위해 세계 최고의 연극제이며 연극 마켓이기도 한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친구의 집을 담보로 돈까지 빌려 어렵게 참가한 이 페스티벌에는 전세계 1천2백90개 극단이 연극을 출품해 TV광고까지 하고 있었다. 돈이 없었던 우리는 어려웠던 경험을 십분 활용, 밤새 에딘버러를 돌며 포스터로 시내를 도배했다. 동양인 4명이 식칼을 두 자루씩 들고 있는 이 빨간색 포스터는 눈길을 끌었고 '난타'는 1999년 에딘버러 페스티벌 최고의 작품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의 전용관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시장은 충분했다. 관광객이었다. 외국의 장기흥행 중인 연극은 관광객이 대부분 객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난타를 외국 관광객을 위한 한국적 관광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했다. 처음 5%에 불과했던 외국인 관객 비율은 이제 80%를 넘고 있다. ◆ 문화산업은 황금산업 =영국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초기 제작비가 9백만달러(약 1백억원)지만 현재 4조3천억원을 벌어들였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얻은 '프로듀서스'의 제작비는 1천만달러지만 한달에 2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1년이면 2천4백만달러, 10년이면 2억4천만달러를 벌 수 있다. 한국 연극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 런던의 한 프로모터는 "한국에서도 연극을 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연극의 질을 따지기 전에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큰 장벽이었다. 이는 남ㆍ북한의 대치상황 등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가 하나의 이미지를 집중 마케팅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호주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캐나다는 단풍잎 하나로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기업이 초일류 상품을 만들어도 국가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팔 수가 없다. 이제 '난타'는 단순한 문화상품에서 한국을 알리는 문화사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