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인도 정국혼란의 도화선이 됐던 차기총리지명 문제가 만모한 싱(71) 전 재무장관을 추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도 국민회의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19일 모임을 갖고, 총리직 포기를선언한 소니아 간디 당수의 대타로 `인도 시장경제의 설계자'인 싱 전 장관을 당수로 옹립할 예정이다. 국민회의당 당선자 145명이 싱 전 장관을 당수로 추대하면, 싱 전 장관은 사실상 인도의 차기 총리에 내정되는 셈이 된다. 당초 의원들은 서명방식으로 차기 총리를 추대하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투표를 통해 당수를 선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소니아 간디 당수는 `총리직 포기를 재고해 달라'며 당직을 일괄사퇴한 국민회의당 간부들의 간청을 단호히 거부, 총리직에 미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소니아 간디 당수는 이날 싱 전 장관과 함께 A.P.J. 칼람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공산당 등 연정파트너인 좌파 지도자들과도 만나 싱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AP통신은 싱 전 장관이 이날 칼람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신정부 구성에대한 권한을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싱 전 장관의 차기 총리취임은 확실한 상태이며, 이탈리아 태생인 간디 당수의 `출신지 논란'으로 혼미를 거듭했던 인도의 정국불안도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싱 전 장관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던 인도를 시장경제로 변모시킨 것은 물론, 지난 1990년대 인도 경제를 붕괴위기에서 건져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일단 소니아 간디를 대신할 무난한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총리급 지도자로서의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인도 북부 펀자브주의 시크교 도시인 암리차르에서 태어난 싱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하고,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그가 총리에 취임하면 최초의 시크교도 총리가 된다. 앞서 국민회의당 중앙위원회 위원 전원은 이날 소니아 간디 당수에 대해 총리직고사결정을 재고해 달라며 당직을 일괄 사퇴하는 등 압박을 가했으나 간디 당수는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인도의 주요 언론은 간디 당수가 `총리포기 번복요구'를 거절한 것은인도의 통합을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소니아 간디 당수의 대타로 싱 전 장관이 지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19일패닉상태를 보였던 인도 증시는 회복세로 돌아서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인도 뭄바이센서티브(센섹스)지수는 전날보다 125포인트(2.58%) 가량 상승,심리적 안정선인 5,002.40을 회복했다. 인도 주가는 총선결과로 야당인 국민회의당이 승리하고, 연정구성에 공기업 민영화와 친재계적 법규개정에 반대하는 공산당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12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칠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가들이 앞으로 수 주간 싱 전 재무장관이 기업의 이해관계와 좌파정당들의 요구를 어떻게 조화있게 처리하느냐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취약성을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또 간디 지지군중이 국민회의당 중앙당사에 난입해 소동을 피우는 등 여전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총리지명 과정을 둘러싼 혼란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지적도 있다. (뉴델리 AP, AFP, dpa=연합뉴스)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