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개혁의 '설계자'요 '아버지'로 불리는 만모한 싱 전 재무장관(72)이 새로운 인도 총리로 지명됐다. 이와 관련,압둘 칼람 대통령은 싱 총리 내정자에게 새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AP통신은 19일 인도총선에서 승리한 국민회의당이 총리직 포기를 선언한 소니아 간디 당수 대신 싱 전 장관을 총리후보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간디 당수는 당수직을 그대로 맡기로 했다. 간디 당수는 이날 '총리직 포기를 재고해 달라'며 당직을 일괄사퇴한 국민회의 지도부의 간청을 단호히 거부,총리직에 미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싱은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 출신 관료. 지난 91∼96년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며 인도 경제개혁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재무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인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했고 외환보유액은 10억달러에 불과했었다. 싱은 이같은 상황에서 관료주의를 일소하고 조세체계를 단순화시켰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싱은 산업을 일으키고 물가를 안정시켜 이후 인도경제가 연 6%대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 싱은 '혼합경제 모델' 옹호론자다. 대표적 시장경제주의자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을 정도로 자유경쟁을 중시하지만 사회간접자본과 농업·교육·의료·환경부문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역할을 강조한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이익을 내는 국영기업을 외국에 헐값에 팔아치우기보다는 이들 기업을 현대화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때문에 인도에서는 싱을 일컬어 '인간의 얼굴(human face)을 가진 세계화주의자'라고 부른다. BBC방송은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을 역임해 능력을 인정받은 싱이 총리가 된다면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도 훨씬 유리 할것 "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4월초 이후 한달 이상 약세를 보여온 인도 루피화 가치는 이날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인도 증시도 2.65% 상승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