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쿠바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미군 수용시설에서도 수감자 학대사례가피해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제기돼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도널즈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 포로학대에 대해 `일부 탈선 병사들의 행위'라며 조직적 학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선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학대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미군 수용시설내 학대가 대테러 전쟁의 `제도화'된 특징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중진 의원들은 15일 관타나모 수용소내 영국인 수감자의 학대 증언과 관련, 당시 학대현장을 찍은 비디오의 공개를 미 행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의 일간 옵저버에 따르면 알-카에다 조직원 용의자 등이 구금돼 있는 쿠바관타나모의 미군 기지 수용소에서 수감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으며 이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러 용의자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지난 3월 풀려난 5명의 영국인 가운데 한 명인 타렉 더굴(26)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수용소를 관할하는 극단대응군(ERF) 5명이 자신의 얼굴에 최루액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더굴은 "그들은 나를 꼼짝 못하게 한 뒤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머리를 변기에처박는 등 나를 공격했다"며 "그들은 또 나를 짐승처럼 결박하고는 무릎으로 내 몸을 짓이기고 발로 차고 손으로 가격했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그들은 나를 사슬로 묶고는 독방으로부터 오락장까지 질질 끌고 가 내 턱수염과 머리카락, 눈썹을 밀어버렸다"며 "ERF 요원 뒤에서 한 사람이 항상 촬영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타나모 기지 대변인인 리온 섬터 중령은 옵저버와 인터뷰에서 상급자들이 ERF요원들의 행위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디오 테이프가 제작됐으며 모든 테이프는 기지에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군은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의한 제2의 포로 학대 의혹이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군 대변인 터커 맨사거 중령은 미군 주도의 동맹군 지도부에 지난 13일 아프간 포로에 대한 미군의 학대가 자행됐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접수돼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 완전하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맨사거 중령은 지난 10일 아프간 전직 경찰 간부 크와자 사예드 나비 시디키(47)가 미군 수용소에서 40여일간 체험한 가혹행위를 생생히 증언함에 따라 미군지휘부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한 바 있다. 30여년간 경찰에서 일해온 시디키는 AFP 통신과 가진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40여일간 미군 수용소 3곳을 전전하면서 당한 반복되는 구타,성적(性的) 희롱,잠 안재우기,모욕감 주기 등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치를 떨었다. 맨사거 중령은 2번째 의혹이 포로로부터 제기된 게 아니고 제3자로부터 입수한것이라고 말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런던 카불 AP.AFP=연합뉴스)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