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이 원만하게 해소되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어떤 유형의 리더십을 보여줄까. 노 대통령을 최근 면담한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치스타일에 있어 지난1년간의 `집권 1기'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크게 보면 정치는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로 가고, 총리는 `책임총리제'에 준하는 수준의 대폭적 권한강화가 이뤄지며, 열린우리당은 자율성과 권한이 최대한 존중되는 구도다. 정치는 당이, 국정은 총리가 중심이 되는 분할구도인 셈이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은 국정현안에 깊숙이 개입했던 지난 1년과는 달리 직접 정치적인 행위를 하기 보다는 국정 최고통수권자로서 국정의 큰 원칙과 방향을 제시,조율하는데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최대 관심은 집권2기 총리의 위상과 역할변화에 모아진다. 일단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정부혁신, 지배구조 개선 등 취임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분야에 주력하고, 내치와 관련된 분야는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위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대세를 이룬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한 만큼 당측에 총리와 일반 각료에 대한 실질적 제청권을 부여하고, 총리에게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하면서 노 대통령 자신은 외교와 국방, 국정과제 해결에 매진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실제 노 대통령을 독대했던 문희상(文喜相) 대통령 정치특보는 26일 기자들과만나 "노 대통령은 총리에게 많은 것을 넘겨주고 자신은 국정전반을 한발짝 물러나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복귀하면 그간 탄핵정국 때문에 보류됐던 러시아와의 정상외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당에도 최대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야관계와 정치개혁, 민생경제 챙기기 등의 과제는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탄핵국면이 해소되는대로 우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당정 협의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차기 당의장이 선출되면 대통령과 당의장간 주례회동이 부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누차 언급해온 것처럼 노 대통령은 입당하더라도 당직임명이나 공천개입,당권경쟁 등 정파적 이해관계에서는 초연한 입장을 취하고 당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위기수준에 이르거나 예기치 않은 일로당이 표류할 경우 위기관리 차원에서 당이 가져야 할 일반적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심(盧心) 읽기'에 정통한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도 최근 이같은 기조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청와대는 국정개혁에 주력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 대통령은지난 1년간 심혈을 기울여온 로드맵에 따라 국정현안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그 타깃은 정부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노 대통령은 "총선후 정부개혁과 부패 청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바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이 요동쳤고, 이번 4.15 총선을 통해 정치권 물갈이가자연스럽게 이뤄진 만큼 이제는 정부조직을 새로운 시대변화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직사회에 강도높은 사정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부패방지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부패방지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여권은 특히 공직사정 방향과 관련, 일과성 감찰이 아니라 임기 내내 지속하는체제를 갖추는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노 대통령은 당(黨).청(靑).정(政) 3각축의 수평적 운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겠다는 `네트워크형 리더십' 구상을 가시화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