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몰려온다. 도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데 이어이어 일본내 2,3위를 다투고 있는 혼다와 닛산도 각각 내달과 내년 중반께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수입차 시장은 물론 국내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간판모델인 '어코드'를 앞세워 한국시장에 상륙하는 혼다차의 일본내 최대공장인 나고야(名古屋) 인근 스즈카제작소의 1천600m 생산라인에서 300여대의 로봇팔과 근로자들이 55초마다 쏟아내는 새 차들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맞게될 일본차의 거센 도전을 예고했다. ◆ 혼다차 간판모델 내세워 상륙 = 혼다 한국법인 '혼다코리아'는 1년여의 준비끝에 내달 10일 중형세단 '어코드' 2.4와 3.0 등 두 개 차종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국판매에 시동을 건다. 혼다코리아는 10월께 승용기능이 강화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CRV'를출시하는데 이어 미니밴 '오딧세이', 고급브랜드 아큐라 등도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초기단계에서는 어코드 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을세워놓고 있다. 혼다가 한국시장 전략차종으로 선정한 어코드는 국내시장에서 동급의 국산차와본격적인 판매경쟁을 벌이는 첫 수입차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수입차들이 국산차와의 가격차이가 너무 커 별개의 시장이 형성돼 국내업체의 내수판매에 별 영향을 주지않았던 것과는 달리 혼다어코드는 국산 동급차종에서 '약간 더' 비싼 수준이어서 같은 시장을 놓고 국산차와의 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코드는 지난 1976년에 출시된 이후 7차례에 걸친 풀모델 변경을 거치며 140개국에서 1천220만대가 판매된 혼다차의 대표적인 차종으로 국내에서 3천400만-3천900만원대(풀옵션)에 판매될 예정이어서 현대차의 그랜저XG, 기아차의 오피러스 등과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본격적인 시장공략보다는 고객과의 신뢰쌓기에 주력할 계획이지만판매량을 올해 1천대, 내년에는 2천대 가량 잡고있어 수입차 업계내 중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일본차, 수입차시장 장악 수순 돌입 =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자동차 왕국을 떠받치고 있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3대 메이커의 국내시장 진출이 이뤄지면 수입차 시장의 중심추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차에서 일본차로옮겨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0년 11월 일본차 중 국내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도요타의 고급브랜드'렉서스'는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확실한 뿌리를 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해온 BMW에 도전, 재고가 부족했던 지난 1월을제외하곤 5개월째 1위를 고수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지난달에는 총 599대를 판매하며BMW를 200대 가까이 앞서며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렉서스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캠리'를 비롯한 도요타 브랜드 모델을 국내시장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도 지난 3월 한국법인 한국닛산㈜ 설립을 마치고 내년 중반 한국시장진출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닛산은 우선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를 내세워 제휴관계에 있는 르노삼성차의영업.판매망을 활용해 공략에 나설 계획이나 르노삼성차와 시장충돌 가능성이 있는중저가 모델의 국내진출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 중반이 되면 일본의 3대 메이커가 모두 한국시장에 진출해 수입차시장을장악하고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해 1.9%에 그쳤던 국내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이 3-4년내에 5%대로 육박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일본차에 부과돼온8% 관세가 없어지면서 9.2% 가량의 가격인하 효과가 생겨 가격경쟁력면에서 국내시장에 대한 일본차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스즈카=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