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지구당에서 지원된 중앙당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고발된 한나라당 당선자 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혀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를 의미하는 이른바 `출구조사'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를 언급한 배경은 법원이 20일 이재현 전 한나라당재정국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정당에 들어간 불법 대선자금은 추징할 수없다고 판단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일단 분석된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의 기본정신은 범죄로 인한 불법이익은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번 법원 판결은 출구조사를 하라는 의미가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불법자금 추징 문제를 둘러싼 법원 판단의 대응 차원에서 검찰이 대선자금사용처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검찰은 그간 `출구조사' 카드를완전 폐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암시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3월1일 대선 당시 중앙당에서 1억원 이상을 받은 지구당에 대해서는 유용 여부 등에 대한 서면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준 대로라면 지구당 대부분이 수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형평성문제를 거론하면서 강력히 반발,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검찰은 지난 2월 한나라당이 227개 지구당을 전략, 경합, 열세 지역으로 분류해7천만∼2억원씩 총 360억원을 지원했으며 민주당은 각 지구당에 1천만원씩을 내려보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총선이 끝난 직후인 19일 출구조사와 관련, "차분차분 진행하겠지만 오래 끌지는 않겠다"며 심상치 않은 발언을 내놓았다. 또 이미 중앙당 지원금 유용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검찰로서는 법원 판결로 인해다른 지구당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명분까지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대로 불법자금 환수를 염두에 둔 출구조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 법리적으로야 중앙당이 지원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지구당 관계자는 자금세탁법이나 정치자금법으로 처벌을 할 수있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출구조사에 착수할 경우 1억원 이상을 받은 지구당으로만 한정한다고 해도 200개에 가까운 시도지부와 지구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어 대규모 소환조사 및자금추적에 따른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사 대상자에는 17대 총선을 통해 당선된 정치인들도 상당수 포함돼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무더기 의원직 상실 사태도 예상돼 정치권의 `저항'도 그만큼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현실적 난제 때문에 검찰의 `출구조사' 전면착수 검토 발언이 실행 가능성과는 별도로 원칙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앙당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고발된 정치인들이야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지구당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또다른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검찰에서 진행중인 삼성과 현대차의 불법 대선자금 자금출처 조사와 검찰이`게이트' 수준이라고 언급한 부영 비자금 사건의 향배 역시 출구조사 확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