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산업 개발과 생산성 향상 등 새로운 생존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브릭스(BRICs)와 선진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파이낸셜타임스) 브릭스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정치 갈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사이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등 브릭스 4개국은 정치안정과 경제개혁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브릭스란 신조어를 유행시킨 골드만삭스의 도미닉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 6개국 경제규모의 15%에 불과한 브릭스가 2039년에는 이들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2050년에는 현재의 G6 가운데 미국 일본만 남고 나머지 국가들은 브릭스에 경제강국 지위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27억명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노동력,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춘 브릭스로 세계 경제의 패권은 이미 이동하기 시작했다. 브릭스는 세계경제 회복세란 '순풍'을 타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9%대의 가공할 성장세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기조절에 따른 조정국면을 겪을 것이란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역시 9%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값싼 노동력과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인도는 선진국 IT기업들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단지를 잇따라 설립, '일자리와 외국인 투자의 블랙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브릭스의 급부상은 벌써부터 세계 경제 판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철강 석탄 등 원자재 수입을 연간 40% 이상 늘리는 바람에 세계경제는 원자재 값 폭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대규모 외국인투자를 집중유치, 인근의 남미 및 동유럽 국가 경제까지 활황세로 돌려놓았다. 브릭스의 급성장이 지난 80년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신흥개도국(NIEs)의 성장속도를 압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경제 성적표로 말하겠다"는 국가 지도자들의 강력한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후 내내 "수출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통상외교에 두고 있다. 룰라는 미국 인도 리비아 이집트 등 지금까지 17차례나 해외 순방길에 올랐으며, 오는 5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경제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국제 투자자금의 신흥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가 효과를 보는 경우다. 푸틴 정권은 집권 4년간 5백여개의 개혁법안을 추진하는 등 투자환경 개선에 주력해 왔으며, 법인세도 꾸준히 인하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줬다. 그는 올해 연두교서에서 "2010년까지 GDP(국내총생산)을 지금보다 두배로 늘리고 외채도 완전 상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러시아 국민들의 '일하는 분위기'를 한층 북돋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런스 클라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브릭스 국가들의 공통점은 경제를 우선하는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브릭스가 단순노동력을 활용한 산업만이 아니라 첨단산업을 함께 키우고 있는 점은 한국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제프리 쉐이퍼 국제투자부문 부회장은 "세계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갖춘 브릭스 국가들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한국 등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는 사그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