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가 12일 있었던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속병을 앓는 모습이다. 면담 직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양측간 노사대표 협의채널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데다 임단협을 앞두고 노사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지침을 자제해 달라는 민노총의 요구에 대해 경총이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가 나가면서 경총측 입장이 난감해진 것이다. 13일 경총 등에 따르면 노사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지침을 자제해 달라는 민노총의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경총측은 "경총은 사용자들의 대표 단체로 노조가 싫어해도 할 말은 해야 하고 이견으로 인한 충돌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총 김영배 상임부회장도 "노사간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사측만이 아니라 노측도 서로 공동 노력하자는데 합의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이번 면담을 통해 경총과 민주노총간 노사대표 협의가 정례화되고 이로 인해 별도의 협의채널이 가동될 수도 있다는 일부 보도는 경총이 더욱 민감해하는 사안이다. 자칫 지금까지 노사간 대화의 틀로 활용돼 온 `노사정위원회'의 역할 축소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상임부회장은 이와 관련, "정기적으로 자주 만나 얘기하자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조차도 실무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민노총과 경총간 대화를 위한 상설 협의체 구성은 기존 노사정 위원회간의 중복 문제가 있는 만큼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민주노동당과 녹색사민당을 앞세워 정치세력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날 회동이 민주노동당의 선거 운동을 도와준 모양새가 된게 아니냐는 일부 내부의 지적도 경총을 당황케하는 요인이다. 이날 민노총 관계자 일부가 민주노동당 의상을 입고 온데다 민주노동당의 총선공약 중 하나인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비정규직의 참정권 보장을 언급한 점 등을 볼 때 이번 방문이 단순한 답방이 아니라 일정부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지금껏 대화의 파트너였던 한국노총이 양측간 이날의 만남에 대해 썩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경총측의 `우려'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시기가 시기인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다만 민주노총도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과격한 이미지를 없애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총은 이같은 우려와 오해의 가능성 때문에 이날의 모임에 관한 의미를 확인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경총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간 화합을 마련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총선을 목적에 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답방'이었다는 점에서 불필요하거나 너무 앞서가는 해석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