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6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보고한 `학벌주의 극복 종합대책'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로 `현대판신분계급제'인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한 범정부적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학벌(學閥)주의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출신 학교, 이른바 `간판'에 따라 사회.경제적 차별을 하는 현상으로, 능력 중심주의와 동떨어진 것은 물론 고졸.대졸등 학교교육의 정도에 따라 인간을 판단하는 학력(學歷)주의와도 다르다. 학벌주의 개선은 참여정부가 내세운 5대 `차별해소 과제'의 하나로 정부는 교육부, 재경부 등 8개 부처 관계자 및 경제.시민단체 전문가들로 `학벌주의 극복 민.관합동 기획단'을 구성, 대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종합대책에 담긴 내용이 각 부처가 추진중인 사항을 짜깁기한 데다 `선언적'인 항목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를 극복하는데 구체성과 추진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추진 배경 = 국정홍보처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는 대답이 87.7%, "실제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있다"는 응답이 31.9%였다. 불이익을 경험한 분야는 취업(38.9%)이나 승진(35.8%), 인격적 무시(20.1%), 결혼(4.8%) 등이었다. 같은 해 11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서도 학벌이 성공.출세에 가장 중요한요소라고 답한 국민이 61%로 학력(15.9%), 지연(9.2%), 혈연(9.1%)을 압도했다. 학벌주의는 초.중등 교육이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전락하고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진정한 의미의 학력(學力)을 함양하는 대학 분위기 조성도 저해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교육 경쟁력은 세계30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이밖에 개인의 역량과 능력에 따른 인력 채용 및 활용 등을 막아 이공계 기피나학문편중 현상을 부추기고 대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주며 학벌 세습화로 사회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게 교육부 주장이다. ◆주요 내용 = 따라서 학벌주의 극복 종합대책은 ▲대학 서열구조 개선 및 지방대 육성 ▲공공.민간분야 능력중심 인사관리 시스템 정착 ▲불합리한 법.제도.관행등 해소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진로지도 내실화 등 분야별 추진과제를 망라한다. 대학 서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학을 학교와 같은 대학내 학부.학과.전공별로 연구/교육/직업기술교육 중심으로 유형화해 각 유형에 맞게 특성화된 프로그램만 지원하기로 했다. 특성화 영역을 위주로 학생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 행.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과 기능도 재정립, 국립대가 기초학문이나 국가전략 분야를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대는 연합.통합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소요 예산을 지원하고 연합대학이예산집행, 조직운영, 인사 등에서 자율권을 갖도록 하기로 했다. 현재 연합대학 체제가 추진되고 있는 곳은 대구.경북지역의 경북대.금오공대.대구교대.상주대.안동대와 광주.전남지역의 전남대.목포대.순천대.목포해양대.여수대등이며 통합이 추진되는 곳은 강원지역 강원대.강릉대.삼척대.춘천교대이다. 아울러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해 교수.학생.학점 교류를 활성화하고중.장기적으로 일본이 올해 3월부터 99개 국립대를 특수행정법인화한 것처럼 책무성과 경쟁력을 함께 갖추도록 공익법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역산업체나 지자체 등과 연계하는 지방대의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조4천200억원을 투입하고,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나 추천채용제 등을통해 지방출신의 공직 임용을 확대하며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임용시 출신대학편중을 줄이기 위해 적격성을 검증한 뒤 지역과 대학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능력중심의 인사관리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재정지원을 해주고 국가직무능력표준(KSS)제를 도입, 개인의 능력을 평가. 인정하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기능인 우대책, 적극적 차별금지 조치 법제화, 입사원서 학력란 폐지 및명문대 졸업자 가산점 폐지 등 기업 인사관행 개선 권고, 지역인재 유치책 유도 등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학벌주의 의식개혁 캠페인, 학부모 대상 자녀교육 프로그램 실시, 학교 진로지도 및 직업교육 강화 등이 제시됐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