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장사들이 투자를 보류한 채 현금 보유를 늘리는 바람에 단기 채무 및 이자 지급 능력이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장사 4곳 중 한 곳은 영업이익으로 금융 이자를 갚을 능력조차 지니지못하는 등 `부익부 빈익빅'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425개 상장사(감사 의견 거절 및 부적정 기업과 금융사 등 제외)의 유동비율이 2002년 말의 102.66%에서 2003년 말에는 104.26%로 상승했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에 대한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로 기업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가리킨다. 상장사의 유동자산은 140조7천5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가 늘어나 유동부채(134조9천993억원) 증가율 8.7%를 웃돌았다. 유동자산 가운데 현금 및 현금 등가물(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9조1천566억원, 단기 금융상품(3개월~1년 사이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17조6천92억원으로 각각 24.9%와 13.4%가 급증했다. 유동비율은 성보화학이 1천215.1%로 가장 높았고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은 현대차(1조4천425억원), 단기 금융상품은 삼성전자(4조2천468억원)가 각각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508개 상장사(결산기 변경사 및 금융사 제외)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2002년의 3.23배에서 2003년에는 4.42배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고 `1 미만'이면 그럴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조사 대상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8조3천72억원으로 전년보다 8.3%가 증가했지만 이자 비용은 8조6천660억원으로 20.8%가 급감했다. 이처럼 기업의 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지난해 이라크전과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확산, 세계 경기 침체에 국내 정국 불안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를 보류한 채 현금 보유를 늘린 데 따른 것으로 저금리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상인 회사는 364개(71.7%)로 3개가 줄었지만 5 이상인 회사는 181개(35.7%)로 19개사가 늘었다. 이 배율이 1 미만인 회사는 적자회사 78개를 포함해 132개(25.9%)로 1개가 증가했다. 이자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는 곳은 강원랜드, 광주신세계백화점, 남양유업,넥상스코리아, 모토닉, 신도리코, 신세계건설, 제일기획, 퍼시스, 환인제약, LG애드,SJM 등 12개로 2개가 증가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에 경기가 부진한 탓으로 기업들이 소극적인 투자를 하는 등 보수적으로 경영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하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미래의 수익성이 약화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바람직스러운 것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