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도 아니고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30일 저녁 서울 영등포역에 도착한 두 명의 중증장애인들이 타고 온 전동휠체어에는 `근조 민주주의', `탄핵철회와 민주주의 수호 위한 휠체어 국토종단' 피켓이걸려 있었다. 26일 오전 대구백화점 앞을 출발해 서울까지 300여km의 국도를 전동휠체어로 횡단한 최창현(39)씨와 정용기(28)씨는 봄볕과 황사로 검게 그을리고 부르튼 얼굴이었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작은 실천을 끝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한 표정이었다. 최씨는 "전동휠체어 속도가 시속 14km 정도라서 생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며 "대구를 출발해 구미, 대전, 수원, 안양을 국도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자가 없어 차에서 자기도 했지만 돈을 받지 않고 재워주는 여관도 있었다"며 "정치적인 사안이라 경찰에서 도움주는 건 꺼리는 듯 했으나 별다른 제재는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씨 등이 전동휠체어 국토 종단 계획을 세운 것은 국회에 대한 실망과 탄핵 철회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촛불시위 참가자 수가 줄며 탄핵 사태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도서울까지 두 사람이 행진을 마치는 자극제가 됐다. `전국중증장애인 독립생활대책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경자(29.여)씨가 승합차를 직접 운전하며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갈아주고 최씨 등에게 물을 주는 등 도와준 것도 힘이 됐다. 행진 내내 계속된 강한 바람과 황사도 힘들었지만 특히 최씨는 휠체어를 입으로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컸다. 최씨 등은 31일 청와대 민원실에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접수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최씨는 "행진하는 동안 중간중간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옆으로 지나가는 차 안에서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탄핵 사태를 계기로 더욱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최씨는 2000년 전동휠체어를 타고 미국대륙 횡단과 로키산맥 등정에 나서 화제를 모았으며, 2003년에는 일본 종단에 성공하는 등 자신과 장애에 대한 싸움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재활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