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어느 나라나 국가의 간섭범위가 다른 산업에 비해 넓은게 특징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방법은 국가별로 다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직접적인 규제보다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범위 및 방식은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지난 90년대 이후 민ㆍ관이 함께 대대적인 건설산업 혁신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건설산업을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설정하고 강력한 실행프로그램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건설업계도 원가절감, 기술력향상, 품질향상 등에 나서며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 미국의 건설산업은 기술력과 규모 등에서 세계 최고다. 하지만 건설정책과 제도는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단순하다. 특히 건설산업을 전자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는 별도의 건설관련 법이 없다. 건설업 체계와 업역, 면허 등은 물론이고 기술분야까지 법으로 통제하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건설산업만을 관장하는 별도의 정부 부처도 없다. 공공공사 발주도 건설구조물의 성격에 따라 소관부처에서 독립적으로 처리한다. 발전소 석유 가스 등 에너지관련 건설시설은 에너지부, 도로 항만 교량 등 교통시설은 교통부, 교육관련 시설은 교육부에서 발주하고 관리한다. 건설산업체계의 규정도 연방정부가 아닌 주(州)정부 소관이다. 정부의 조달 및 시설물 안전보장 규정도 별도의 법령 없이 '일정한 규격(코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공공기관이 코드를 적용해서 공사를 발주하면 국내 건설기술관리법과 같은 효력이 생기게 된다. 건설산업 면허체계도 주 정부에 일임되어 있다. 따라서 주에 따라 면허체계도 모두 다르다. 입찰ㆍ발주제도도 우리나라처럼 복잡하지 않다. 연방정부나 주정부 재정사업에 한해서만 공공발주를 하고 이들 공사는 연방정부 조달규칙에 따라 입찰이 이뤄진다. 이 규칙은 행정기관들이 따라야 할 절차를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발주ㆍ입찰 과정은 주정부의 상황과 기술공무원의 재량권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된다. 미국은 1994년부터 국가차원의 건설산업 혁신운동을 강력히 시행 중이다. 당시 클린턴 정부는 우주 과학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을 국가전략사업(NCG)으로 설정하고 추진기구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NTSC)를 설립했다. 여기에 건설소위원회를 두고 건설분야 혁신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혁신운동에서 제시한 미국 건설산업의 미래비전은 건설생산물의 성능과 품질을 향상시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계 건설시장을 주도한다는 목표도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 공사기간 50% 단축, 안전사고 50% 감축, 폐기물 50% 감소, 유해물질 50% 감소, 건물수명 50% 연장, 유지비용 50% 절감 등 7가지의 획기적인 시행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목표달성을 위해 10년동안 70억달러(8조4천억원)의 예산지원을 약속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