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미국 대선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쪽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다. 케리 의원은 지난 30일 샌디에이고의 한 대학가 연설에서 "조지 W 부시(대통령)와 딕 체니(부통령) 정권 아래서 미국의 석유정책은 3년간 뒷걸음질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른바 '석유드림팀'인 부시·체니 라인이 거액을 기부한 에너지업계 인맥들을 돕기 위해 고유가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리는 또 "비밀에너지 회의와 알래스카 황무지에서의 원유시추 대신 미국을 위한 진정한 에너지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자신이 당선되면 10년내 중동석유로부터 에너지독립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에서 홀로서기가 되면 젊은 남녀가 외국의 석유를 위해 싸우다 죽을 필요가 없다"며 젊은층의 표심도 겨냥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휘발유값을 잡기 위해서는 전략비축유의 방출이 필요하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케리측의 공세가 강화되고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 재선가도에 최대 복병이라는 전망까지 나돌자 부시측은 이날 고유가 책임에 초점을 맞춘 선거광고를 공개했다. 이 광고는 "케리가 과거에 11차례나 휘발유세금 인상을 지지했고 가정에 연간 6백57달러(76만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시키는 갤런당 50센트 세금부가안도 찬성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고유가가 '공동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측은 전략비축유를 오히려 하루 10만배럴씩 늘려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2000년 9월에 전략비축유를 3천만배럴 방출했지만 유가하락 효과는 단 1주일에 그쳤다는 것이다. 고유가의 책임은 정책적 오류보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속적인 감산에 있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입장이다.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30일 현재 갤런(3.8ℓ)당 1.8달러에 육박,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배럴당 37달러대를 다시 넘보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