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김신환(47) 감독이 지도하는 동티모르유소년축구팀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5∼28일 한국과 일본, 태국, 동티모르 등 전세계 32개팀이 출전한 가운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30회 리베리노컵 국제소년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동티모르팀은 예선과 준결승 리그로 치러진 6경기 동안 연전연승하면서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력을 과시했고, 결승전에서는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일본 유나이티드 유소년축구팀을 4대2로 눌렀다. 초등학교 3-6학년생으로 구성된 유소년 축구팀이 매일 방과 후 동티모르 수도딜리 소재 공설운동장에 모여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견디고 다양한 기량을 익히느라 그동안 무수히 쏟아낸 구슬땀의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빈국 동티모르 사상 첫 해외무대에 선 검은색 피부의 어린 선수들이 신체조건이 월등한 상대팀들을 제치고 파죽지세로 이기자 대회 주최측과 참가선수들, 관람객들이 대회기간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김 감독이 전했다. 특히 2003년 4월 유소년팀을 발족한 지 1년여만에 세계대회 우승으로 이끈 김감독은 "체력이나 체격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지는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출 수 있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각국 선수단의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빈곤과 질병, 무지로 고통받고 있는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평소 이를 악물고 연습한 결과 좋은 성과를 냈다"고 답변했다. 사나나 구스마오 초대 동티모르 대통령과 류진규 딜리 주재 한국 대사가 유소년축구단 창설부터 이번 해외 출전 때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것도 이번 쾌거를 일궈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김 감독이 설명했다. 유소년축구단 주장인 도밍구 사비오(13)군을 비롯한 동티모르 선수 4명이 한꺼번에 이번 대회의 올스타에 뽑힌 것도 리베리노컵 역사상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동티모르팀은 이번에 각종 화제를 양산한 덕분에 "2005년 리베리노컵에도 꼭 출전해달라"는 초청을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축구선수단 19명과 함께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임시숙소로 사용중인 성남체육관에서 머무르고 있는 김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너무나 감격스러워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특히 묵묵히 도와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이번 영광 뒤에는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끼니와 치료약을 챙겨준 박진기 한국대사관 행정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항공료를 제공해준 아시아나항공, 축구용품을 지원해준 이용수 축구협회 이사, 조관섭 풍생고 축구감독, 이강석 서울체육고 감독, 이제출 현진스포츠 대표, 성남시축구협회 등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프로팀 현대자동차에서 활동하다 88년 은퇴한 뒤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봉제업계 등에 종사하다 2003년 1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동티모르를 찾았다 상록수부대의 주선으로 유소년축구단 초대 감독직을 맡았다.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은 다음달 2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 초등학교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갖고 상록수부대의 주축이었던 특전사령부 방문, 롯데월드 관람 등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