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급 차질 우려감으로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13년5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고유가 사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석유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석유 다소비 업종인 항공과 유화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 올해 유가를 하향안정세로 전망하고 있던 정유업계는 최근두바이유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WTI마저 배럴당 38달러선을 돌파하자"예상을 뛰어넘은 수치"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SK㈜[003600]는 일단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안정적 원유수급을 위한 장기도입물량 확보와 국제 현물시장에서의 저렴한 현물구매를 적극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중이다. SK㈜ 관계자는 "당초 올해 연평균 유가를 배럴당 24.8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최근 유가가 예상외로 많이 올라 다소 당황스럽다"면서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유가 추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 폭증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유화업계도 고유가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051910]은 고유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어느 정도는 유화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아무래도 원가상승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유화제품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유화제품의 가격이 따라 오르더라도 판매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래도 원가부담이 느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항공 = 항공업계는 최근의 고유가 사태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가가 이미 많이 올라 위험부담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선물계약 등을 통해 원유를 미리 확보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고유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연초에 평균 유가를 배럴당 29달러(WTI 기준)로 예상했으나 유가가 너무 올라 망연자실한 심정"이라며 "지금으로선 유가가 더 이상 오르지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도 인천 율도와 김포공항 저장용 탱크에 30일분 가량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철강.자동차 = 포스코[05490] 등 철강업계는 원료의 대부분을 유연탄과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급등사태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포스코의 경우 일부 발전설비 원료로 벙커-C유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해 원료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돼 유연탄 등 기타 원료가격의 연쇄상승을 불러온다면 몰라도 당장은 유가급등이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 사태가 극심한 내수침체를 더욱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내수침체로 재고가 적정선을 넘어선 상태에서 기름값이 고공비행을 계속할 경우, 차량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 각종 판촉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