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의 LCD공장이 들어서는 경기도 파주시와 충남 아산시 인근 토지시장이 또한차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기공식을 가진 파주시 월롱면 LG필립스 LCD공장 인근지역은 개발기대 심리가 확산되면서 토지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삼성전자 LCD공장 건설이 한창인 아산시 탕정면 일대도 98만평 규모의 증설 계획이 흘러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두 지역은 LCD공장 배후지에 1백만평 안팎 규모의 기업도시가 조성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대형 개발호재가 이어지면서 토지투자 분위기가 달궈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땅을 내놨던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땅값을 하루가 다르게 올려부르는 '배짱호가'도 비일비재하다. ◆파주시-'토지는 후끈 아파트는 썰렁' 파주 일대에서는 땅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한결같이 "매물이 없어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LG필립스 공장설립 계획 발표 이후 꾸준히 오르던 파주 일대 땅값은 착공을 앞두고 다시 상승했다. 여기에다 오는 6월 예정인 운정지구 보상과 개성공단 시범단지 조성까지 겹쳐 최근 이 일대 땅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파주시에서 월롱면 덕은리로 연결되는 1번 국도 주변 전답은 평당 2백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도로에서 다소 떨어진 배후지 전답도 평당 1백만∼2백만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그마나 땅주인들이 매수희망자가 나타나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는 LCD공장 하청업체들의 공장부지 매입 문의가 잇따르면서 자유로 일대와 덕은리 배후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자유로 낙하IC 인근과 월롱면 주변 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낙하IC 인근 땅값도 평당 1백만∼1백40만원선까지 급등했다. 이 곳을 찾는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30평형대 아파트 가격 수준인 2억∼4억원의 투자자금으로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월롱면 인근 W부동산 대표는 "매물이 있어도 덩치가 크거나 값이 비싸 소액 투자자들이 매입할 만한 물건은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LCD공장 착공 이후 땅값이 더 뛸 것으로 기대하는 땅주인들이 배짱호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파트는 그동안 쌓여있던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팔려나가고 있으나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으로는 보기 어려울 정도다. 교하지구의 경우 고(高)분양가와 전매제한 때문에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동문건설과 우남건설 등 대다수 업체들이 수십∼수백가구의 미분양 물량을 쌓아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들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하루 2∼3건 정도로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고 있다. 덕분에 일부 로열층에는 5백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돼있기도 하다. 파주시 센스공인 유정애 대표는 "전망이 좋고 로열층인 30평형대 일부에 5백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수요가 없어 실제 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산 탕정-토지시장은 정중동,아파트는 공급과잉이 부담 토지시장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파주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1차 LCD공장 착공을 전후해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른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묶였기 때문이다. LCD공장 인근인 탕정면 명암리와 용두리 일대 전답은 지난해보다 50%가량 오른 평당 50만∼60만원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도로를 낀 전답의 경우 평당 1백만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탕정면 일대 토지의 74% 가량이 외지인 소유일 정도로 지난해 이후 투기붐이 거셌다. 하지만 지난달 말 1차공장 부지 주변지역 98만평에 추가로 공장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획부동산업체들의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아산시내 주요 호텔에는 외지에서 찾아온 투자자들에게 땅을 팔려는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대거 투숙 중이다. 아산시내 한 중개업자는 "온양시내 관광호텔 커피숍에서 전문 브로커들이 외지 투자자들에게 땅을 소개하는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큰 손들이 많이 내려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탕정면 일대 토지시장이 오는 6월을 전후해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장증설 부지가 확정되고 고속철역사 부지보상이 이뤄지면 실수요와 가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탕정면 스마일부동산 홍용화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다 수용구역이 확정되지 않아 일반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부고속철이 개통되고 역사 보상이 이뤄지는 6월 전후에 시장이 또한차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는 타 지역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과 향후 공급물량이 적지 않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실제로 아산시 일대에서 최근 분양에 나선 업체들 대부분이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말 아산시 온천동에서 분양한 '현대홈타운'은 2개월여만에 분양을 완료했으며 한성건설 삼부토건 등도 미계약 물량을 최근에야 겨우 털어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1년 새 20%이상 오른 분양가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모아건설이 아산시에서 분양할 당시 평당 3백60만원이었던 분양가는 현재 4백80만∼5백만원선까지 치솟았다. 전매제한으로 가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실수요자들 중심의 분양시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선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달 말부터 분양예정인 아산시 배방지구의 분양성적도 분양가에 따라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게다가 현재 아산시에 아파트 사업승인을 신청한 업체가 14개에 달할 정도로 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