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 관련협회의 임원을 지내기도 했던 고미술품 전문가가 금동사리함을 통일신라시대의 진품으로 알고 잘못 구입했다가 소송끝에 어렵사리 매매대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고미술품 매매업에 종사하던 김모씨는 지난 96년 10월 이모씨가 중국에서 사온 골동품을 3억7천만원에 매입키로 하고 2억원을 선지급금으로 지불했다. 당시 김씨가 산 물건은 동(銅)으로 만든 장방형 상자에 덩굴문양과 여래보살상이 조각돼 있고 표면도 금물로 씌워져 있던 금동사리함 3개로 그 속에는 금동 불경판 12장과 연유리 구형옥 2개 등이 들어 있었다. 이 물건은 표면이 바싹 삭아있고 귀퉁이 마모가 심해 제작연대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철물(鐵物) 목록에 있는 미술품과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었으며, 이씨도 10억원은 받아야 하지만 7억원으로 깎아 주겠다는 가격조건을 제시할 정도였다. 문제는 김씨가 이 물건을 고미술품중 철물분야 전문가인 박모씨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생겼다. 마침 감정 의뢰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가 가짜 그림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이때 김씨가 맡긴 물건이 압수돼 버린 것. 검찰은 이 물건을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했고, 결과는 김씨 예상과 달리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금동사리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근대작품일 뿐만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도 없고 가격도 1천만∼2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김씨는 이씨가 물건을 속여 팔았다면서 선지급금 2억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씨는 진품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김씨가 이 물건을 산 것은 김씨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므로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박일환 부장판사)는 12일 "원고는 이 물건을 식별할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었고 전문가 조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작품성과 제작연대 확인이 쉽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춰 원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는 2억원을 반환하고 대신 물건을 되돌려 받아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