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영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건설산업을 21세기 성장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준공 후 유지관리 등의 틀을 다시 세우는 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래지향적 건설산업 혁신운동의 핵심은 역시 기술개발 전략이다. 제도개선이나 정책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기술개발투자와 비전을 더 우위에 두고 있다. ◆미국=지난 94년 클린턴 정부는 미국 건설산업의 당면과제와 미래비전 실행을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내 민간산업기술분과에 건설소위원회를 설치했다. 소위에서는 4개의 비전,7개 목표,8개 전략으로 구성된 국가차원의 건설산업비전전략인 '국가건설목표(NCG)'를 결정했다. 4개 비전은 △건설상품의 고품질·고성능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삶의 질 향상 △미국 건설산업이 세계 건설시장의 경제성과 품질향상 주도 △건설생산과정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높은 안전성,지속가능한 자원개발 △자연재해 및 인재로부터 국민 보호기능 등으로 짜여졌다. 4개 비전의 목표달성을 위해서 사업기간 50% 단축,유지·보수비용 및 에너지 50% 절감,생산성과 편의성 30% 향상,사용자들의 상해·질병 50% 감축,공해와 폐기물 50% 절감,시설물 내구성과 유연성 50% 향상,건설현장 사고·질병 50% 감축 등을 골격으로 한 7가지의 목표가 설정됐다. 7가지 목표 아래 다시 8대 전략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데 8조4천억원(70억달러 해당) 정도가 10년에 걸쳐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성능 자재 개발에도 전체 예산의 75% 정도를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영국 건설산업의 혁신전략은 민간전문가들이 국가차원의 '건설산업의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수립됐다. 지난 98년 '건설산업 재인식운동(Rethinking Construction)'이란 명칭으로 추진된 혁신전략은 산·학·연 공동으로 실행됐다. 건설산업 재인식운동은 우선 건설산업의 구조적 시스템에서 개혁할 5대 과제를 설정했다. 그리고 건설생산과 관련된 프로세스에서 혁신대상 4개 부문을 규정했고 이어 구체적인 실행전략 7가지를 수립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첫 단계의 5개 과제는 건설산업의 리더십 확보,철저한 고객지향 컨셉트,다양하게 나눠진 건설업계 통합화,건설생산물 품질향상,인간중심의 도덕성 회복 등으로 구성됐다. 이 운동은 궁극적으로 건설투자비 10% 절감,건설공사기간 10% 단축,건설시장 예측 가능성 20% 향상,건설하자 20% 감축,안전사고 20% 감축,생산성 10% 향상,건설이윤 10% 향상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의 건설혁신전략은 실행과정에서 2개의 중요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매년 진행상황을 평가하는 '성과측정 기준(KPI)'이란 체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발주자 건설관련 기관들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력히 추진하고 이를 다시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통해 성과를 평가한다. 두번째는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혁신운동을 확산시켜가는 전략인 '베스트 프랙티스(BP)'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획보다 실행에 중점을 두고 철저하게 점검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