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행장 선임을 놓고 첫 시험대에 올랐다. 행장 후보들에 대해 두 은행 직원들은 물론,행장후보추천위원들까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가 10일 두 은행 노조위원장을 면담,설득에 나섰지만 문제 해결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남·광주은행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절차상 문제다. 두 은행은 지난 9일 오후 4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첫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 대표로 온 우리금융의 손태호 상무(경남은행)와 한기철 상무(광주은행)는 내정자를 공개하며 추천을 요구했다. 그러나 행추위원들은 '거수기' 취급을 당했다며 발끈했고 직원들까지 가세해 결국 행추위 회의가 무산되고 말았다. 절차 문제 외에 행장 내정자 자체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우리금융이 내정한 행장 후보는 정경득 한미캐피탈 사장(53·경남은행장)과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49·광주은행장).경남은행의 경우 정 후보에 대해 찬반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광주은행은 직원들은 물론 추천위원까지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직원들과 추천위원들은 "정태석 사장의 능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한남투신(대표)과 거평그룹(사장) 등 부도난 기업에서 임원을 역임한 사람을 행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금융계에서는 '과연 누가 이 두 사람을 낙점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 내정자가 두 은행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직접 이들을 선택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주대표로 행추위에 참석한 손 상무와 한 상무도 회의 시간이 임박해서야 내정자 명단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이인원 사장과 재경부의 고위 관리들은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금융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다"고 밝힌 적이 있어 낙점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두 사람이 낙점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의 해결 책임은 결국 황 내정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삼성그룹이나 증권사와는 경영환경이 판이한 은행의 CEO로서 성공 여부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남은행은 오는 12일 행추위를 다시 열어 행장후보를 추천할 예정이지만 광주은행은 아직 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