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1조4천억원이라는 1월 영업실적을 받아든 삼성전자는 기록적인 수익달성에도 의외로 차분했다. '잘 나갈 때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윤종용 부회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이달초 특유의 '위기론'을 앞세워 폭탄주 금지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삼성전자의 폭발적인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GE처럼 연간 1백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세계 초우량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니다. ◆'4두(頭)마차'가 이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품목은 D램 플래시메모리 휴대폰 LCD(액정표시장치) 등 4개다. 이들 품목은 한결같이 세계 1,2위를 다투면서 최고의 원가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면서 출하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10인치급 이상 LCD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6백70만장이 출하됐지만 올 1분기에는 1백만장 이상 더 팔려나갈 전망이다. 휴대폰 역시 지난해 월 5백만대 생산체제를 6백만대로 확대했고 플래시메모리는 생산라인을 8,11,12라인까지 넓혔다. D램은 가격이 지난 1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여전히 캐시카우역할을 하고 있다. 수익구조도 탄탄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D램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정도에 불과해 향후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삼성전자의 수익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주는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호황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반기 이후 IT경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일부 추측에 대해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제품의 시장선도력이 뛰어나고 그동안 앞선 투자를 통해 생산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점이 강점이라는 지적이다. 투자 역시 반도체 나노공정 도입,LCD 7세대 투자 등에서 보듯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3백mm 생산라인에서 4기가 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고 D램도 지속적인 공정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익성 삼성전자의 수익창출 능력은 이미 세계 톱수준이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백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본 기업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제조업체인 GE와 세계 최대 금융사인 씨티그룹 등이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엑슨모빌 같은 초대형 정유사들이 간헐적으로 '1백억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다. 일본에서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수익성이 좋기로 정평이 난 도요타가 유일하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기업인 인텔은 지난해 7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삼성전자를 앞질렀지만 올해 는 삼성전자에 최고 자리를 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인텔과 비슷한 여건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8조원 가량의 현금 유동성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최소 5조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