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HST)으로 1백30억 광년 이상 떨어진 먼 우주에서 초기 은하들이 충돌하며 기묘한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스티븐 베크위드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I) 소장은 9일 "우리는 처음으로 대폭발(빅뱅)이 일어난 깊은 우주에서 별이 생성되는 것을 보았다"며 "우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탄생한 가장 어린 별들"이라고 말했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DF)라는 장비에 포착된 모습은 1백37억년 전의 것으로 대폭발로 탄생한 우주의 나이가 7억년도 안됐을 때 출발해 1백30억광년 이상 우주공간을 날아온 빛의 흔적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를 4백 바퀴 이상 도는 시간인 1백만초 동안 우주의 한 지점을 촬영한 이 사진에는 1만여개의 은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일부는 서로 뒤섞여 혼돈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STSI 과학자들은 이처럼 멀리서 오는 약한 빛을 포착하는 것은 달 표면에 있는 반딧불이를 촬영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촬영된 우주공간 넓이는 2m40cm가 넘는 빨대로 쳐다본 하늘 면적에 해당하며 해상도는 1.6km 떨어진 곳에서 25센트짜리 동전의 발행 연도를 읽는 것과 맞먹는다. 천문학자들은 별이 처음 생성되던 초기 수억년 동안 우주는 훨씬 작았고 천체들은 서로 더 가까웠으며 은하들은 더 혼란스럽게 형성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이 사진을 연구해 별과 우주의 생성 및 진화에 대한 근본적 의문들을 밝혀내게 되며 STSI의 천문학자 마시모 스티아벨리는 "가장 먼 우주의 사진을 촬영한 것은 우리에게 새로 탐험할 땅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베크위드 소장은 촬영된 우주의 크기는 작지만 깊이가 이를 보충하고도 남는다며 어떤 망원경도 이 정도 거리의 우주를 이렇게 선명하게 촬영한 적이 없으며 이 사진들은 앞으로 수년간 천문학 교과서에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HUDF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3년 컬럼비아호 참사 후 허블 우주망원경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보수 임무를 취소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