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 < 심사위원장.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이 국내 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역사는 일천하다. 산.학.연의 민간 대표로 구성된 공정거래 자율준수위원회가 '공정거래 자율준수 규범'을 제정해여 선포하고,이의 실천을 기업에 권고한 것이 2001년 7월의 일이다. 불과 3년이 채 안 된 셈이다. 짧은 기간에 이미 1백여개의 기업이 CP를 도입했다는 점이 우선 괄목할 만하다. 금융 및 보험업,백화점 및 유통업,제조업,건설업,정보통신업,서비스업,에너지 등 CP 도입 기업이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공정거래협회에서 지난 2002년 및 2003년의 CP 운용 성과를 각 기업별로 평가한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들은 핵심적인 구성 요건의 대부분을 갖추고,사전 예방 시스템을 기업 내부에 구축하는 등 실효성 있게 운용하고 있다. 대체로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용의 성과는 긍정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내부에서 CP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기왕에 도입된 CP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진지해 보인다. 작년에 비해서 금년에 평가한 결과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기업간에도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CP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좋은 경영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 동안 진행된 교육과 훈련,국내외 우수한 사례(best practice)의 벤치마킹,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공정거래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직도 미흡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은 기업의 CP 운용 수준이 'B+' 정도다. 1백점 만점에 85∼89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될 과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CP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 하는 점을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평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된 사항은 제도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들이다. CP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갖추는 데에 그쳐서는 부족하다. 이러한 요건들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업 내부에 효과적으로 작동되는 자율준수 시스템을 갖추는 일 외에,제도 운용의 성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CP가 기업경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가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한다. 경쟁 관련법 준수와 관련해 기업이 갖고 있는 취약점과 취약 분야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초기 감사를 통해 파악하는 일도 긴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CP 운용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외부평가도 필요한 일이다. 사업자 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관행상 공정 경쟁질서가 정착되지 못한 업종이나,경쟁제한적 행위가 법적으로 용인되는 사업자단체의 경우에는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이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CP는 이제 시장경쟁 질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프라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