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12일(한국시간)부터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랜돌프노스골프장에서 열리는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으로 2004년 시즌을 시작하는 LPGA 투어는 31개 대회에 4천만달러를 웃도는 상금을 놓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골프 여걸'들이 펼치는 경연장이다. 올해 LPGA 투어의 최대 관심사는 이제 주류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한류 열풍'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몰아칠 것인가에 쏠려 있다. 2004년 시즌 LPGA 투어에 뛰어든 한국 선수는 전경기 출전권자 18명과 조건부 출전권자 6명 등 무려 24명에 이른다. 6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위성미(15.위성미)까지 포함하면 LPGA 투어에서 만날수 있는 한국 선수는 25명. 더구나 이들 25명 가운데 10여명은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실세'들이고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타수상, 그리고 신인왕 등 주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등 한마디로 올해 LPGA 투어 판도는 한국 선수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2004년 LPGA 투어는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한국선수 군단과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올해도 여전할 소렌스탐 강세 지난해 6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다승왕을 굳게 지킨 소렌스탐은 올해도 여전히 '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올 조짐이 없다. 올해도 워밍업 삼아 출전한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ANZ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라 건재를 과시한 소렌스탐은 올해 목표를 아예 4개 메이저대회 석권으로 잡을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 만약 소렌스탐이 목표대로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한다면 PGA 투어에서도 아무도 이루지 못한 진정한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LPGA 투어에서 한해에 열린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가 없지 않으나 당시에는 메이저대회가 지금처럼 4개가 아닌 2개 또는 3개였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듯 소렌스탐이 올해도 무난하게 '1인 천하'를 구가하기에는 이제 만34세가 되는 나이가 부담스럽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도전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출전경기수 미달로 최저타수상을 박세리(27.CJ)에 내준 것도 독주체제가 서서히 붕괴될 조짐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제 7년차를 맞아 한층 완숙해진 박세리(27.CJ)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인데다 '코리언 군단'의 '벌떼 공세'도 만만치 않다. ◆박세리, 계속되는 1인자 도전 박세리가 '2인자는 이제 지겹다'며 '지존'에 대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 벌써 3년째를 맞는다. 올해도 박세리의 화두는 '소렌스탐 따라잡기'다. 그러나 박세리는 '소렌스탐보다 더 잘해보자'는 단순한 전략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함으로써 '1인자'의 자리를 넘본다는 복안이다. 박세리의 1차 목표는 우선 시즌 개인 최다승(5승)을 뛰어 넘는 7승 이상을 올리는 것. 지난해 소렌스탐이 6승으로 다승왕과 상금왕을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1인자를 노려볼 수 있는 승수다. 또 박세리는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 소렌스탐과 비교 우위에 서겠다는 각오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을 제패하면 박세리는 지난 2001년 카리 웹(호주)에 세웠던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박세리는 아직 6명 밖에 없는 LPGA 투어 커리어그랜드슬래머로 이름을 올리게 되고 명예의 전당 가입도 확정짓는다. ◆한국 군단 20승 합작 지난해 LPGA 투어을 강타했던 `한국돌풍'이 올해는 더욱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인 가운데 올해 한국 선수들은 20승 합작을 장담하고 있다. 한국 낭자군단은 2∼3년 전부터 15승, 20승 합작이 기대됐었지만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좌절, 10승 고지도 넘어보지 못했다. 합작 승수 20을 목표로 내걸었던 지난해 역시 박세리가 3승, 한희원(26.휠라코리아)이 2승, 박지은(25.나이키골프)과 안시현(20.코오롱엘로드)이 각각 1승 등 총 7승에 그쳤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했다. 박세리가 6차례, 박지은 5차례, 한희원 3차례, 박희정(24.CJ)과 강수연(28.아스트라) 1차례 씩 등 한국선수들의 준우승 횟수만 합쳐도 15회가 넘을 만큼 무르익은 실력을 과시했던 것. 따라서 올해는 합작 승수 두자릿수 달성은 물론 조심스럽게 나마 20승 목표 달성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상황. 동계훈련을 마친 우승 경력자들이 내놓은 올 시즌 목표 승수는 박세리 7승, 박지은 5승, 한희원과 김미현(27.KTF) 3승씩, 박희정 2승 등 20승에 이른다. 여기에 만만찮은 실력을 강수연, 김영(24.신세계), 김초롱 등 기존 멤버들과 송아리(18.빈폴골프), 안시현, 정일미(32.한솔) 등 '슈퍼루키'의 가세도 20승 합작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 박세리에 이어 박지은과 김미현, 한희원 등은 한국인 두번째 메이저대회 챔피언도 기대할만하다. ◆신인왕도 한국 선수끼리 각축 박세리(98년), 김미현(99년), 한희원(2001년)...?(2004년) LPGA 투어 한국 돌풍의 시발점인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미현, 한희원 등 한국선수들은 이미 3차례나 신인왕을 배출했다. 또 아쉽게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2000년에는 박지은이, 2002년에는 이정연이, 지난해는 김영이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였었다. 올해도 LPGA 신인왕은 한국 선수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하고 18살의 어린 나이에 특별 케이스로 투어에 입문한 송아리는 검증 받은 신인으로 벌써부터 활약이 기대된다. 더욱이 송아리는 홍보대사역은 물론 신인일기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등 LPGA투어의 `얼굴마담' 노릇까지 하고 있어 실력만 입증하면 신인왕으로서 손색이 없다. 또 `지옥훈련'으로 미국무대 입성 준비를 마친 안시현도 지난해 챔피언에 올랐던 실력을 재입증, 한국에서 못이룬 신인왕 꿈을 꼭 이루겠겠다는 각오. 여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6승을 거둔 뒤 미국으로 건너간 정일미도 `LPGA투어 스타 사관학교'인 한국무대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주니어와 아마추어 시절 캐나다와 북중미지역 대회를 주름잡은 뒤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이사벨 베이시글(캐나다) 등이 한국 선수들에 맞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막전부터 강력한 '한국 돌풍' 기대 오는 12일부터 4일간 열리는 2004년 개막전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총상금 80만달러)에 출사표를 낸 한국 선수는 무려 19명이 된다. 전체 출전 선수 140명 가운데 13.6%에 이르는 한국 선수 가운데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만 10여명이 꼽힌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한희원, 박희정 등 이미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 뿐 아니라 2년차 김영, 강수연 등이 우승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정(24)과 이정연(25.한국타이어), 그리고 '슈퍼루키' 송아리, 2부투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주연(23.KTF),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 출신 정일미도 우승 후보에서 빠질 수 없다. '신데렐라' 안시현과 전설안(23), 문수영(20) 등도 언제 일을 낼지 모르는 무서운 신예들이다. 박세리와 박지은, 한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군단의 선봉에 선다는 책임감 때문에 우승컵을 잔뜩 노리고 있고 김미현과 박희정은 지난해 부진을 털어버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 정상 제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송아리, 안시현, 정일미, 김주연 등은 사실상 LPGA 투어에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마침 소렌스탐이 이번 대회에 불참,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각축은 일단 멍석이 제대로 깔린 셈. 카리 웹(호주)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웬디 둘란(호주)이 '한국 돌풍' 저지의 선봉에 섰다. 그리고 로라 데이비스(영국), 줄리 잉스터, 로지 존스, 멕 말론, 도티 페퍼(이상 미국) 등 40대 노장들의 투혼도 만만치 않다. SBS골프채널이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2부투어에도 '한류 열풍' 올해는 LPGA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도 한국 선수 일색이다. 퓨처스투어는 박지은을 비롯해 김영, 이정연, 김주연 등을 배출한 LPGA 투어의 등용문. 연간 18개 대회를 치러 상금랭킹 5위 이내 선수에게는 이듬해 LPGA투어 전경기출전권을 부여한다. 퓨처스투어도 오는 13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에서 3일간 치러지는 레이크랜드클래식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내년 LPGA 투어 입성을 노리는 한국 여전사 군단은 저마다 상금왕을 차지해 화려한 데뷔를 꿈꾸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과 다승왕, 신인왕을 휩쓸었던 이미나(23)와 한국 무대에서 이미 우승컵을 품어본 배경은(19), 이선화(19.이상 CJ),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성아(20.MU), 또 미국 아마추어 무대를 호령했던 송나리(18) 등이 상금왕 후보들이다. 이밖에 나미예(20.쌈지), 김수아(23), 김유라(23), 조아람(19), 박주희(24), 김슬기(21), 서보미(23), 조령아(20) 등도 퓨처스투어를 발판으로 '내일의 스타'를 바라보는 한국 선수들이다. L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자인 강지민(24.CJ)도 LPGA 투어 대회보다는 퓨처스투어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김상훈기자 khoon@yna.co.kr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