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배상을 촉구하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어온 정기 `수요시위'가 오는 17일로 600회를 맞는다. 국내 최장 집회 기록을 갖고 있는 수요시위는 1992년 1월8일 시작돼 올해 1월 12주년을 기록했다. 이 집회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정대협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희생자에 대한손해배상' 등 6개항을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수요시위는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 여름과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에도 어김없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수요시위에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독립군 할아버지, 재미교포까지 참여해 세대를 아울렀고 일본 국회의원, 대만 위안부 할머니, 외국 시민단체 회원들도 동참,역사교육 및 국제연대 운동의 장이자 반일.인권 및 평화 집회로 자리잡았다. 이 집회는 시련도 적지않았다. 2001년 7월에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 수요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일장기를 불태웠다는 이유로 집회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고 최근 위안부 누드 파문은 수요시위를 벌여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다. 또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12명 가운데 1993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80명의 할머니들이 가슴에 맺힌 한(恨)을 풀지 못한 채 차례로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정대협의 수요시위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 개인의 수치스런 과거사가 아닌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인권범죄라는 인식을 이끌어냈고 국제사회도 여성인권 운동의 대표 사례로 인정했다. 1993년 6월 빈 세계인권대회 결의문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된 뒤 1998년 8월유엔 인권소위원회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배상을 요구하는 맥두걸 보고서를 채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권고했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변했다. 수요시위 초기 남들이 볼까 시위 대열 뒤에 있던 할머니들은 이제 매주 수요시위마다 당당하게 맨 앞줄에 앉아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대협 윤미향 사무처장은 7일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해 국제적으로 많은 로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여기에 대항해 행동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시위를 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뿐"이라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의 전당' 건립을 추진 중인데 20억원의 경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서울시가 토지와 건물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7일 열리는 600회 수요시위는 세계 연대집회 형태로 추진되고 국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평화를 염원하는 600인 선언문이 채택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