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10여년째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 박은선씨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3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갖고 있다. 대리석을 원기둥이나 공 형태로 연결한 '무한기둥' 시리즈를 출품했다. 그의 대리석 조각품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깨지고 균열이 난 대리석의 모습이다. 여러 가지 색깔의 대리석을 나무판처럼 잘라낸 후 컴퓨터 작업을 통해 틈과 균열을 발생시킨다. 균열이 생긴 두 가지 색의 대리석을 원기둥이나 공 형태로 겹겹이 붙이고 속을 파낸 후 안에 철 심봉을 박아 작품을 완성한다. 박씨는 "원기둥이 공간의 확장을 의미하고 있다면 균열된 모습은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담았다"며 "다듬는다는 것이 인공적이라면 파열 균열은 오히려 순수한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작품이 직선을 지향한 반면 신작들은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을 고려해 곡선으로 바뀐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독일 쾰른아트페어 뮌헨아트페어,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참여를 통해 유럽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토리노의 '카를리나' 화랑과 베로나의 '스윙거 아트'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경희대 미술교육과 2학년 때 회화에서 조각으로 전환한 그는 '카라라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작업에만 열중하는 전업작가다. 20일까지. (02)549-7574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