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망명하고 반군이 자진 무장해제를 선언한 아이티에 4일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또 미군과 프랑스군은 대통령궁 등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주요지점을 돌며 경무장 차량을 동원해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정찰 활동을 시작했다. 이봉 넵튄 아이티 총리는 이날 유혈사태 계속을 이유로 부분적인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정부 관리들은 이번 조치로 일부 헌법상 보장된 권리들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출된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지지 세력들이 모여있는 포르토프랭스 중심부의 라살린 슬럼 지역에 대해 경찰이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이날 최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넵튄 총리는 주로 아리스티드 대통령 추종세력이 저지른 야만행위와 약탈행위로3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새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국가 치안을 맡을 위원회를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리스티드 대통령 후임으로 임시 대통령을 맡고 있는 보니파스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은 아이티 해안경비대장인 레옹스 샤를르를 새 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 앞서 아이티 주재 미 대사관은 반군 지도자인 기 필립에게 마크 구가너스 해군대령을 보내 무장 해제를 촉구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구가너스 대령이 필립에게 반군세력이 아이티 정치의 미래에아무런 위치를 차지할 수 없으며 따라서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물러난 이상 무장을해제하라는 단도직입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투상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의 사령부에서 10분간 필립을 만난 구가너스 대령은프랑스 해군 사령관인 다니엘 르플라투아 대령과 함께 기자들에게 "그의 답변에 매우 만족했다. 그는 명예를 아는 사람이며 자기말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항에는 미군 1천100명과 프랑스군 600명이 도착해 군장을 풀기 시작했으며 칠레도 300명의 분견대 중 선발대로 134명을 파견, 아이티 치안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의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군과 프랑스군은 현재 포르토프랭스의 경찰청 본부 옆 대통령궁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나 무장세력을 해체하거나 체포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며 공격이 발생하거나 위기상황이 생길 때만 발포할 것이라고 미군과 프랑스군 측은 밝혔다. (포르토프랭스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