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선교 1백20주년을 맞은 한국 개신교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성장주의의 기치 아래 이룬 폭발적 교세 신장의 그늘 때문이다. 교회 안의 권위주의와 폐쇄성,비민주적 제도와 관행,사회에 대한 폐쇄성,신앙 따로 삶 따로의 이중적 태도….많은 교회들이 이런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민주적 제도와 '열린 문화'로 성경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이런 '열린 교회'들을 통해 교회 개혁의 실천적 대안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 예배당이라고 해서 들어 왔더니 여느 교회처럼 높다란 강대상도,예배용 의자도,경건함에 위엄을 더하는 장식물도 없다. 50여평의 공간에는 10명가량이 앉을 수 있는 원탁 9개가 놓여 있고 정면에는 십자가와 스크린이 있을 뿐이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 후문과 마주한 웰빙교회다. 요즘 불고 있는 '웰빙열풍'에 편승한 교회가 아닐까. 추부길 담임목사의 대답은 "아니오"다. 웰빙교회는 우리 사회에 웰빙열풍이 불기 전인 지난해 4월 창립된 개척교회다. "웰빙은 전인적 건강을 의미합니다. 육체적인 건강과 영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의 건강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지요." 그래서 웰빙교회는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예배''온전한 치유로 삶을 변화시키는 교회'를 지향한다. 실제로 원탁에 앉아서 드리는 예배는 여느 교회처럼 권위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다. 오전 11시30분에 시작하는 주일 낮예배 풍경을 보자. 지난달 29일 주일 낮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등록신자 70여명 가운데 20여명.신자들은 대개 예배시간 30분 전부터 원탁에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한다. 예배의 첫 순서는 지난주 예배에 대한 소감을 소개하는 묵상시간.스크린에는 그 전주 예배 때 설교 주제였던 '용서'에 대한 신자들의 소감문이 잇따라 비춰진다. 경배와 찬양에 이은 헌금시간.여느 교회처럼 헌금바구니를 앞뒤로 돌리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예배당에 들어오면서 입구의 헌금함에 미리 헌금봉투를 넣기 때문이다. 예배 도중 돈을 꺼내는 어색함이 없다. 이날 추 목사의 설교 주제는 '예수님의 삶과 치유'.추 목사는 "요즘 힐링(healing)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진정한 치유는 성경에 근거한 전인적 치유"라고 말했다. 육체의 질병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감정들,즉 버림받고 미움받고 거부당해 상하고 아픈 마음까지 치유해야 온전한 사회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웰빙교회가 상담을 통한 가정회복과 심리치유 등에 힘을 쏟는 이유다. 예배가 끝나자 기도하고 찬송하던 원탁은 식탁으로 변한다. 미리 신자들이 준비해 온 몇 가지 반찬과 교회가 마련한 밥을 1인용 접시에 나눠담자 추 목사는 익숙한 솜씨로 식탁에 '배달'한다. 앉아서 밥을 받는 신자들의 표정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밥을 먹으며 정담(情談)을 나누느라 예배당이 시끌벅적하다. "처음엔 제가 밥을 날라다 주자 어쩔 줄 몰라 하는 신자들이 많았어요. 기성 교회에서 목사는 높은 사람,신자는 낮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밴 탓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셨어요. 교회에는 계급이 없거든요." 교회의 경건함이 너무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 추 목사는 그러나 "교회는 억지로 경건한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편하고 오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웰빙교회가 당회를 폐지하는 대신 운영위원회 제도 및 목사와 장로의 임기제(7년)를 도입한 것,팀목회를 통해 목사들이 지닌 각각의 특장을 살린 것 등은 이런 생각에서다. 추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는 길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을 보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